산다이바나시 :: 봄비 꽃샘추위 손잡기

토도 진파치 for 청연

 

 

오늘 전국은 가끔 구름이 많겠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에는 전국에 봄비가 내립니다. 날씨였습니다.’

이번 주말도 비 오려나 보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노는 달력을 바라봤다. 지난 주말에도 계속 비가 내렸고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산행은 자연스레 취소되었다. 다행히 이번 비는 주말 내내 오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루노가 일기예보와 달력을 확인하고 주말 계획을 생각하자마자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토도에게서 메일이 도착했다.

이번 주말,

비 오고 꽃샘추위라니까 옷 따뜻하게 챙겨 입도록!

……바보 진파치. 보통은 올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라고.”

하루노는 눈앞에 토도가 있는 양,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손으로는 착실히 답 메일을 적었다.

,

바로 학교로 갈게.

토도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적어 내려가던 하루노는 이내 하려던 말을 지우고 알겠다는 짧은 답만 전송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금세 학교에 도착한 하루노는 손에 들린 짐을 끌어올려 품에 안고 자전거 경기부 부실로 걸음을 서둘렀다.

간단하게 토도 것만 챙기려했던 간식거리인데, 안면이 없는 것도 아니고 후쿠토미 하나, 신카이 것도 하나…… 이렇게 셈하다 보니 결국 레귤러 전원을 챙길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레귤러 멤버 수만큼 간식의 무게가 늘어났다.

부실 근처에 다다르자 하나, 둘 자전거가 하루노를 스쳐 지나갔다. 아는 얼굴이 없는 걸로 보아 일반 부원들 먼저 출발한 모양이었다. 연습에 방해되지 않도록 길 한쪽으로 조심스레 비켜섰던 하루노는 자전거가 모두 지나가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카

진파치, 이거.”

토도가 뭐라 말을 채 하기도 전에 토도의 품에 짐을 넘긴 하루노는 빠르게 걷느라 가빠진 숨을 몰아쉬었다. 하루노를 본 다른 부원들이 인사를 건넸고, 한숨 돌린 하루노는 그들의 인사에 대답하며 간식거리를 좀 가져왔으니 나중에 연습 끝나고 먹으라는 말을 덧붙였다.

유카, 차별은 나빠.”

산신님은 얼른 그거 갖다 놓고 연습이나 하러 가시죠.”

토도가 가볍게 하루노를 타박해 보지만 돌아오는 반응에는 여전히 온도차가 있었다. 주말인데 집에서 쉬지 못하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토도 밖에 없는 다른 학교의 부 연습을, 그것도 하루노가 좋아하지 않는 운동 계열에, 정작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눈 깜짝할 새인 로드 레이스라는 점들이 모두 어우러져 하루노의 심기를 거슬렀음을 능히 짐작한 토도였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사하게 웃으며 말문을 돌렸다.

와하핫. 유카니까 특별히 부실로 안내해 줄게.”

후쿠토미를 향해 간식까지 받아놓고 모른 척 할 거냐며 선수를 친 토도는 하루노의 손을 잡고 성큼 부실로 들어섰다. 회의실로 하루노를 이끈 토도는 탕비실이 바로 옆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사용해도 된다며 이리저리 하루노의 편의를 봐주었다. 타 학교 학생인 자신이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고민은 이어지는 토도의 말에 곧 사라졌다.

산 정상에서 기다려줬으면 했지만 비가 그친지 얼마 안돼서 길도 미끄럽고 날도 추우니까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게나!”

내가 앤감.”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토도의 말에 담긴 미안함을 느낀 하루노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인사했다.

다녀와.”

금방 올 테니까! 와핫핫.”

토도 특유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공간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망했다.’

금방이 빨라야 두 시간이잖아!”

책이라도 가져왔으면 좋으련만 짐이 무거워 다른 걸 챙길 엄두도 내지 못한 터였다.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드린 하루노의 원망이 다시 토도에게로 향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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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 님께 커미션 넣은 겁쟁이 페달, 토도 진파치 드림입니다!

자랑하려고 올리구!!>ㅁ<

 

 

 

 

 

 

 

 

 

 

 

 

 

 

 

 

토도 귀엽네요. 풋풋해! 상큼해!! 근데 불쌍해...!

가유 님 좋은 글 아리가또!!>ㅅ<

 

가유 님 커미션 페이지는 여기 -> http://blog.naver.com/gayu_chun/220172816983

2번 코스로 커미션 넣었고, 토도 시점은 2천자 추가한 거예요!

 

아참. 커미션 키워드는,

토도 : 이 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빌었다

스즈 :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에 달달함을 열 스푼쯤 추가하고 토도의 머리를 빗겨주는 스즈를 첨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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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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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림, 토도 진파치 @kaihuayul

 

곱게 물든 가을을 보냅니다.’

 

연습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가던 토도는 자신에게 도착한 낯선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가족 이외에는 기숙사로 연락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고, 또 가족들은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낸다거나 할 위인들이 아니었다. 팬들이라면 기숙사가 아니라 책상이 사물함에 편지와 선물을 넣어두고는 했고, 간혹 조금 극성스러운 팬들이 자전거 경기부 부실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잘 어르고 달래서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없으면 편지가 배달될 리 없으니 주소는 적혀있었지만 정작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아 봉투를 뜯어보지 않고는 누가, 어떻게 기숙사로 편지를 보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흐음

어쩐지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 빛에 비추어보기도 하며 이리저리 편지봉투를 돌려보던 토도가 이윽고 결심했다.

, 별일이야 있겠어?”

봉투를 열고 안에 든 카드를 꺼내자 뭔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노랗게 물든 단풍이었다. 그리고 그 단풍잎을 보는 순간 토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자전거 경기부, 그 안에서도 토도는 클라이머였다. 경사가 급하건 급하진 않건 그냥 걸어서도 힘든 오르막을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오르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산신이라 불리는 토도는 산을 오를 때면 오히려 고요해졌다. 평소의 가벼워 보이는 언행은 온데간데없고 진중한 모습으로 페달을 밟는 토도만이 남았다.

처음에는 그 차이에 당황하거나 어이없어하던 사람들은 곧 그런 토도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거기에는 매사에 당당한 토도의 태도가 한몫했다.

오오, 보러 온 거냐. 조용하고 스마트하고 화려한 나의 주행을! 내가 연습 정도로 숨이 흐트러질 사람일 리가 없지. 와하하하!”

산 정상에 서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토도는 그의 말대로 여유로워보였다. 다만 흐르는 땀을 어찌할 수는 없어 그가 방금까지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아 언덕을 올라왔음을 짐작케 했다.

그런데 오늘은 빈손?”

. 오늘은 그림을 그리러 온 게 아니라서.”

그럼?”

슬슬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이제 다들 내려간 거 같은데.”

산 정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토도였지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부원들이 하나 둘 그들을 스치고 지나간 지 오래였다.

알려주지 않을 셈이야?”

……나중에.”

좋아! 약속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토도는 곧바로 다른 부원들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녀도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고, 기숙사가 아닌 본가의 주소를 적은 것이라면 토도가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카드는 그녀가 직접 만들었는지 카드에 그려진 붉은 단풍의 표면이 인쇄된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살짝 오돌토돌한 그 감촉을 손으로 쓸어 느끼며 토도는 카드의 내용을 확인했다.

거의 매일 산에 오르다시피 하지만 연습하느라 바빠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시간은 없지 않을까 싶어서, 가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카드의 메시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정성으로 가을의 아름다움을 잔뜩 담아낸 카드였다.

푸핫.”

그의 질문에 어색하게 말을 돌리던 그녀가 생각나 토도는 웃음 지었다. 선물 받을 당사자가 질문을 했으니 요령이 없는 그녀로서는 대답을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리라. 예쁘게 고이 말린 단풍잎과 그녀의 마음이 담긴 카드. 곱게 물든 가을을 보낸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다시 한 번 되뇌는 토도의 가슴이 자전거를 탈 때보다 더 강하게 두근거리며 존재를 알렸다. 노을에 더 붉게 물든 창밖의 가을 풍경처럼 토도의 얼굴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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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토도 진파치

페달 2014. 11. 2. 00:04

- 전력 60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 고백 ] 이며, 11~12시 사이에 연성을 해주신 뒤 #겁페_전력60_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관계,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23 에서 이어집니다.

 

 

고백, 토도 진파치 @kaihuayul

 

모든 일은 처음이 어려울 뿐 두 번, 세 번은 쉬웠다. 하루노와 토도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다만 토도는 부활동이 끝난 뒤에서야 합류했기 때문에 교실에는 이미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공부에 열중하던 하루노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했다. 맞은편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할 인물이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했지만 책상 위에 책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잠시 바람이라도 쐬러 나간 모양이었다.

뭐야, 혼자서만 나가고.”

고요한 교실에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자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든 하루노가 작게 불평했다. 복도로 나가서 토도를 찾아볼까도 싶었지만 괜히 엇갈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싶은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토도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메일을 쓰면서 자신은 절대 무서워서 나가지 않는 게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하루노의 표정이 몹시 진지했다. 하루노가 작성한 메일이 전송 완료된 것과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히익!”

미안. 놀라게 해버렸네.”

아냐, 괜찮아. 나갔다 온 거야?”

,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금방 다녀오려고 했는데 중간에 다른 녀석들을 만나는 바람에. 이거 맞지?”

. 고마워!”

토도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캔 하나를 하루노의 앞에 내려놓으며 가볍게 확인했다. 하루노에게 준 것 외에 자신의 몫의 캔 하나를 책상위에 올려둔 토도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 그거 내가 보낸 걸 거야.”

하루노는 토도가 뚜껑까지 따서 건네준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며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흔들어보였다.

그러네.”

. 이런 건 꼭 타이밍이 그렇더라.”

푸핫, 그래서 우리 애기 미안해쪄요

하루노가 겸연쩍은 얼굴로 살짝 어깨를 움츠리자 토도가 하루노의 말랑한 볼을 잡아 늘리며 우쭈쭈거렸다. 하루노는 손에 든 음료수를 흘리기라도 할까봐 크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어 있는 다른 한 손으로 토도의 팔을 잡아보지만 절대적으로 역부족이었다.

!”

와하핫. 시끄럽게 하면 안 돼지. 다른 반에도 공부중인 학생들이 있다고?”

울컥한 하루노가 토도를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지만 되려 토도에게 훈계를 당할 뿐이었다.

너님 웃음소리가 더 크거든?”

하루노는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발간해졌을 볼에 음료수 캔을 데며 샐쭉하게 토도를 바라봤다. 이거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왔으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하루노를 바라보며 토도가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여느 때처럼 기말고사 기간 동안은 부활이 금지되었고, 다들 틈을 내어 조금씩은 자전거를 탔다고는 해도 그게 성에 찰리 없었다. 시험이 끝나는 것은 어느 학생에게나 기쁜 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자전거부 학생들은 유독 들떠보였고 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 축하해.”

산에 달려갈 생각으로 잔뜩 신이 난 토도가 하루노의 인사에 기분 좋게 웃음 지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시험 끝나고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 아주 중요한 할 말이 있지.”

? 그게 뭔데?”

그건 오늘 연습 끝나고. 그러니까 오늘 연습은 보러 와 줬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언제나와 같았지만 페달을 밟는 중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진중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토도는 생소했다. 그 어색함에 당황한 하루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토도는 제멋대로 하루노의 연습 관람을 확정지어버렸다.

그럼 이따 보자고. 와핫핫.”

? 잠깐, 토도……!”

 

산 정상에는 하루노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자전거 경기부의 부원이거나 혹은 가끔 토도가 말하던 팬이라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자신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 둘 들려오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하루노는 산 아래쪽을 응시했다. 어느 순간 조곤조곤한 대화 소리들이 일순 멈칫하는가 싶더니 지금까지와는 무언가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기에 하루노도 집중을 하고 바라보자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하코네 학원의 유니폼을 입은 로드 레이서들이 눈에 들어왔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사람들의 열띤 응원 끝에 산 정상에 가장 먼저 도달한 것은 토도였다. 역시 토도 진파치라는 웅성거림에 평소와 달리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토도는 그대로 로드 레이서에서 내려 하루노의 앞에 섰다.

토도?”

의아함을 담은 하루노의 부름에 진지했던 토도의 표정이 그제야 경쾌함을 되찾으며 하루노에게 질문했다.

어때? 이 몸의 주행을 본 소감이?”

, . 멋있었어!”

반할만큼?”

?!”

사람들은 나를, 이 재능을 두고 산신 혹은 슬리핑 뷰티라고 부르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부르든 관계없지만 너는 부디 이렇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진파치라고!”

토도의 발언에 주변의 웅성거림이 커졌지만 하루노가 그것에 신경 쓸세 없이 토도의 말이 이어졌다.

인터하이 우승은 올해도 우리 하코네 학원이다. 이 산신 토도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 몸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러오라고!”

……!?”

토도의 선언은 눈이 부실만큼 반짝반짝 빛났지만 하루노는 지금 토도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토도가 고백했어!’라고 외쳤지만 그 소리가 하루노에게까지 닿기에는 무리였다. 당황으로 허둥대는 하루노에게 자신의 머리띠를 씌워준 토도는 그제야 갤러리들에게 유쾌한 손짓을 하며 다시 로드 레이서에 올라탔다.

 

기울임체로 표시된 토도의 대사 출처는 요메코레(これ) 앱입니다.

 

 

마무리가 이래서 죄송합니다.(...) 그보다 토도 고백 제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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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드림 60분 * 너의 빨강구두>★

* 9월 20일(토) 열한번째 주제 : 사진

* 10월 4일(토) 15번째 주제 : 내가 좋아하는 너

#hello_dream

 

변명,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24 에서 이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너, 토도 진파치 @kaihuayul

 

“토도 선배!”

“아, 응! 지금 간다고 전해줘!”

오늘은 연습을 조금 일찍 마치고 다 같이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연습 후 샤워를 마친 토도는 다른 부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탈의실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옷을 갈아입으며 토도가 한 일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바지를 입고 한 번, 셔츠를 입고 또 한 번, 머리를 말리면서는 메일을 썼다 지웠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취소하기를 수차례였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는지 누군가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토도는 한숨을 푹 내쉬며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엄청 화났나 보네. 이제 어쩐다…….”

이 이상 뜸을 들이면 성질이 급한 아라키타라든가, 아라키타가 직접 탈의실로 쳐들어올 터였다. 사물함 문을 닫고 탈의실을 나서던 토도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손에 쥐고 부실 밖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혈기왕성한 10대의, 그것도 운동을 하는 남자 아이들이 먹는 양과 그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모두가 눈앞에 놓인 음식을 게 눈 감추듯 비워가는 와중에 음식으로 향하는 토도의 손놀림은 느리기만 했다. 먹는 것도 건성인 것이 한 손에는 젓가락을 쥐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바빴다.

“음식 앞에 두고 고사 지내냐?”

“아하하. 미안, 미안.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소호쿠의 클라이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결국 참다못한 아라키타가 한 마디를 던지고 신카이가 걱정 섞인 말을 건네고서야 토도는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언제나 자신감 충만한 토도가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심지어 시합에서 졌을 때조차 ‘내 라이벌인 마키 쨩이라면 응당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호기롭게 다음엔 절대 지지 않을 거라 외치는 토도였다. 토도의 마키시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잘 아는 부원들이었기에 이런 토도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마키시마에게서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카이의 질문에 후쿠토미와 이즈미다도 식사를 멈추고 토도를 바라봤지만 토도는 더 이상 이야기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내가 아무리 미형이라지만 식사 중에 너무 그렇게 바라보면 곤란한걸!”

“헛소리하는 걸 보니 멀쩡하네. 저 녀석은 걱정하면 손해라니까.”

와하핫― 하는 토도 특유의 웃음소리가 테이블을 울리자 아라키타가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단숨에 흩어버린 토도가 식사를 재개하자 테이블은 이내 이런저런 소리들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하아.”

휴대폰을 확인하며 하루노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루노의 휴대폰에는 지난 주말부터 토도에게서 온 연락들이 가득했다. 전부 확인은 했지만 답을 할 수 없어 쌓여만 가는 메일과 부재중 전화 목록을 확인하며 답답함을 느낀 하루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연락을 피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지.”

하루노는 책상에 놓인 산 정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토도의 사진을 톡톡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라이벌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하루노를 헤아리지 못한 토도였지만 하루노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것까지 모두 포함한 토도였다. 산을 오르며 즐거워하는 토도도, 라이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토도도, 모두 하루노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토도. 사람들이 널 숲속의 닌자라고 부르는 건 알고 있어?”

스스로를 산신 혹은 슬리핑 뷰티라고 소개하던 토도를 떠올리며 하루노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런 토도니까, 분명 괜찮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하루노는 토도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지잉―

침대에 누워 책을 보던 토도는 진동이 울리는 소리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책상 위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

일주일 만에 하루노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지난 주말 데이트 때 마키시마에 관한 일로 하루노의 기분이 상한 뒤로 토도는 계속 하루노에게 사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루노가 연락을 받아주지 않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학교가 다른 데다 자전거부 연습을 위해 기숙사에 거주하는 토도로서는 평일에 시간을 내어 하루노를 보러 갈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주일동안 연락에 답하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다면 내일이나 모레 볼 수 있을까 해서.

이번 주말이 불가능하다면 토도가 시간이 되는 날을 알려줬으면 해.」

하루노의 메일을 확인한 토도는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몰려오기 시작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만약 하루노가 더 이상 자신과 만날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하루노에게 답 메일을 보내는 토도의 손에 정작 시합 때도 하지 않았던 긴장으로 인한 땀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한편 하루노 역시 메일을 보내고 긴장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턱대고 화를 내고 일주일이나 연락을 무시했으니 토도도 화가 나지 않았을까? 시간이 없으니 그냥 메일이나 통화로 이야기하자고 한다면 어떡하지? 하지만 토도에게서 온 연락은 다행히 이번 주말 시간이 괜찮다는 긍정의 답변이었고, 두 사람은 각자의 불안감을 애써 달래며 다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메일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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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토도 진파치

페달 2014. 9. 20. 23:59

- 전력 60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 변명 ] 이며, 11~12시 사이에 연성을 해주신 뒤 #겁페_전력60_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변명, 토도 진파치 @kaihuayul

 

? 무슨 일이야?

진파치, 전화 오는 거 아냐?”

오오, 내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던 건가. 고마워. ……여보세요, 마키 쨩!?”

마키 쨩?’

하루노와 토도가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받는 토도의 반응이 평소와 사뭇 달라 하루노는 의아해졌다. 누구기에 토도가 저렇게 반갑게 전화를 받는 걸까.

그래, 그래! 우리 집의 욕탕은 원천을 흘려보내니까(かけながし) 말이지. 만끽할 수 있었지? 게다가 마키 쨩이라면 언제든 와도 좋다고. 뭣하면 우리 집 식구(うちの)가 될래?”

상대방의 말까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토도의 대답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상대가 토도네 집에서 운영하는 온천에 방문했었던 모양이었다. 토도 덕분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 받았고, 그에 토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나 보다고 추측하며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하루노는 토도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삐끗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서 우리 집 식구가 되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 프러포즈도 아니고. ? 잠깐, 그러고 보니 마키 쨩이라는 거 보통 여자이름 아니던가? 지금 여자 친구 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프러포즈했어……?! 토도의 통화가 길어질수록 하루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토도가 하루노에게 사과했다.

미안, 미안. 마키 쨩이 먼저 전화를 주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라.”

으응, 괜찮아.”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토도에게 그런 내색을 보이기에는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다고 마키 쨩에 대한 의문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서 하루노는 조심스럽게 토도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키 쨩……이 누구야?”

, 마키 쨩은 말이지! 내 최대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친구라고! 와하핫. 비록 처음 만남은 서로 최악이었지만 말이지. 첫인상은 센스가 이상한 껄끄러운 녀석이었거든. 하지만 마키 쨩이 있었기에 나는 산신으로 있을 수 있었어. 이런 라이벌이 있다니, 나보다 행복한 남자는 없다고!”

혹여 마키 쨩이 진짜여자 친구라면 어떡하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쓸데없는 간섭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하루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토도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산뜻하게, 밝은 목소리로 마키 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에 대한 애정이 깊게 담겨 있어서, 당당하게 라이벌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도가 무척이나 싱그러워서, 하루노는 그만 웃고 말았다.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하루노가 마키시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횟수도 늘어갔다.

마키 쨩 이상으로 날 뜨겁게 만드는 클라이머는 없어. , 그럼 소중한 라이벌에게 상태 확인의 전화를 해볼까. 여보세요, 마키 쨩~’

라든지,

여보세요? 나야! ……이봐, 사기가 아니야! 토도다! 정말이지, 마키 쨩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준다고. 너도 그렇지 않으면 외롭잖아!’

라는 식이었다.

평소의 유쾌한 토도도 좋지만, 역시 로드 레이싱에 열중했을 때의 토도가 더욱 좋았기에 하루노는 마키시마에 관한 이야기도 늘 즐겁게 듣고는 했다. 마키시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도는 언제나 지금 당장 언덕을 오르는 양 들떠보였기에. 그와 동시에 궁금해졌다.

토도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라이벌이라니, 나도 마키시마 군이 궁금한걸. 분명 멋진 사람이겠지? 한 번 만나보고 싶어.”

만나보고 싶다니, 마키 쨩과 말이야? 그건 안 돼! 복장 센스는 어쨌든 마키시마 유스케라는 남자는 내가 인정한 상대야. 다른 것에 정신을 빼앗기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

지나가듯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토도가 상대의 컨디션에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는 만큼, 토도의 여자 친구랍시고 그의 라이벌인 마키시마를 탐색한다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토도의 반응은 격렬했고, 또 뜻밖이었다. ‘마키 쨩은 좋은 라이벌이지만 여자 친구까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아.’라고 가볍게 받아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뭐라고? 토도의 어투는 마치 하루노 자신이 마키시마에게 방해가 될 거라는, 그런 뉘앙스였다. 차라리 리들리(Ridley)에 질투를 하면 모를까, 여자도 아닌 남자 라이벌에게 질투를 느껴야 하는 걸까 하고 하루노는 고민했다.

 

한 번 마음이 어긋나자 이전까지는 즐거웠던 대화들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토도가 마키시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건성으로 응수하기 일쑤였다.

모닝콜?”

. 내가 모닝콜을 하면 마키 쨩도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나도 모닝콜 해줘.”

상관없다고. 어차피 마키 쨩에게 모닝콜 하니까 말이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다를 바 없으니까!”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인 불만이 모닝콜을 계기로 하루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울컥한 하루노는 토도에게 빽, 소리를 지른 뒤 토도가 당황해 하는 사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린 토도가 안절부절못하며 하루노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변명이라는 것이 결국 마키 쨩에 대한 자랑이었다.

 

기울임체로 표시된 토도의 대사 출처는 요메코레(これ) 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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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토도 진파치

페달 2014. 9. 6. 23:46

- 전력 60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 관계 ] 이며, 11~12시 사이에 연성을 해주신 뒤 #겁페_전력60_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관계, 토도 진파치 @kaihuayul

 

기뻐해라! 올해도 같은 반이야. 이 토크 발군 미형 클라이머, 하늘로부터 3가지를 받은 토도 진파치와 또다시 같은 반이 되다니, 너는 정말로 행운아구나. 왓하하하!”

…….”

어이! 말없이 내 손짓을 피하지 마! 모처럼 3년간 책상머리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냉정하잖아. 시험도 공부도 함께 열심히 하자고.”

아니, 그냥 모르는 사람이어도 괜찮을 것 같아.”

3년째였다. 경쾌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저 토도 진파치와 하루노가 같은 반이 된 것이.

사실 지난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고는 해도 하루노와 토도의 접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화려함으로 언제나 눈길을 끄는 토도와 달리 하루노의 주위는 대체로 조용한 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엮이게 된 것은 2학년 2학기의 중간고사를 앞두고였다.

?”

두 사람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고 하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 알겠습니다! 걱정 말고 맡겨 두세요.”

하하. 믿음직스러운 대답이네. 그럼 토도, 부탁하마. 하루노도 열심히 하고.”

…….”

전체적으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는 하루노지만 일부 취약 과목이 있는데,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일본사였다. 1학년 때는 아슬아슬하게라도 낙제점을 넘겼었는데 2학년에 올라와 치른 첫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연달아 낙제를 해버린 것이다. 재시험을 통과해 겨우 보충수업은 면했지만 하루노 정도 되는 성적에서 낙제 과목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보니 류자키는 일본사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도, 그리고 담임으로서도 하루노를 그냥 둘 수 없었다. 2학기 중간고사가 있기 보름 전, 담임은 토도에게 하루노를 인수인계(?) 했다.

 

교과서는 읽어봤어?”

. ……보기는 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없게 대답하던 하루노가 뒤에 조그맣게 덧붙였다. 국어도, 수학도, 영어도, 그냥 문제를 풀면 되는데 역사는 그게 되질 않았다. 어쨌든 교과서가 기본이고 가장 중요하니까 읽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용이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는 더더욱 오리무중이었다.

. 역사는 암기과목이지만 흐름이 중요해. 무턱대고 암기하려고 하면 잘 외워지지도 않고, 외웠어도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막히기 십상이거든.”

그렇게 말한 토도는 교과서에 나온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의외로 토도는 좋은 선생님이었고 하루노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하루, 이틀 스터디가 진행되며 역사에 흥미를 보이는 하루노에게 시험이 끝나면 한 번 읽어보라며 토도가 역사책을 추천했다. 하루노는 토도가 추천하는 책을 따로 메모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토도에 대한 이미지를 수정했다.

 

토도의 과외를 받은 효과는 놀라웠다. 일본사 점수가 낙제점을 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90점을 훌쩍 넘어간 것이다. 가채점을 마친 하루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시험지와 토도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어때? 이 몸의 위대함이?”

, 토도 멋져! 짱짱! 진짜, 진짜 고마워!”

? 와하핫핫.”

생각지 못한 하루노의 열렬한 반응에 토도는 잠시 멈칫했지만 순수하게 기뻐하며 자신을 칭찬하는 하루노의 모습에 곧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고 언제나처럼 자신 있게 웃었다.

일본사 점수가 크게 오른 탓에 하루노의 평균 점수와 함께 전교 등수도 급경사마냥 훌쩍 올랐고, 처음 두 사람의 스터디를 주선한 류자키는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토도에게 다음번에도 하루노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같은 반이지만 그저 이름만 알던 동급생 A, B 정도였던 친분은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급변했다. 하루노가 토도의 자기 자랑을 쿨하게 무시하게 되는 것도, 토도가 하루노의 무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하루노 앞에서 당당하게 구는 것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울임체로 표시된 토도의 대사 출처는 요메코레(これ) 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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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토도 진파치

페달 2014. 8. 24. 23:20

<전력 드림 60* 너의 빨강구두>

824() 22(10)부터 23(11) 까지 60분간 진행됩니다. 마감 후 탐라도배가 예상되오니 불편하시면 RT끄기를 해주세요!

* 네 번째 주제 : 오해

#hello_dream

 

욕심,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12 에서 이어집니다.

 

 

오해, 토도 진파치 @kaihuayul

 

저기 이것 좀 내 자리에 부탁할게!”

? 잠깐. , 토도!”

매점이라도 다녀오는지 마침 같은 반 남학생 둘이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지나가기에 토도는 손에 들린 것들은 모두 떠넘겼다. 상대가 당황해 하며 자신을 부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보다는 하루노를 쫓아가는 게 더 급했다.

바보는 내가 아니라 너라고, 유카.”

자신이 따라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지 코너를 돌아 계단을 오르며 하루노가 작게 중얼거린 말은 막 코너 끝에 이른 토도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하루노의 탄식을 들으며 토도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며칠 뒤, 하코네 학원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토도 진파치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토도가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데다 팬클럽까지 있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소문이 지속되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는 식으로 반응이 바뀌었다. 게다가 토도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뒤뜰에서 여자 아이들을 만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된 것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만나는 상대는 매번 바뀌었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볍게 돌아서는 여학생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토도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울면서 달려 나가기도 했다.

팬클럽을 해체해 주었으면 해.”

요즘 교내에 도는 이상한 소문의 정체가 이거야?”

……미안.”

언제나 당당하던 토도 군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라니 생소한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팬클럽이 있음에도 그 존재를 모르는 신카이와 달리 토도는 자신에게 팬클럽이 있다는 것도, 누가 자신의 팬클럽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었고 그만큼 팬서비스도 철저했다.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준 적은 없지만 적어도 여자 아이들에게 항상 상냥했던 토도였다. 분명 좀 더 요령 있고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토도가 쌓아온 신망을 이런 식으로 내치는 이유를 팬클럽 회장인 사토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토는 침묵으로 대답을 회피하는 토도에게 굳이 이유를 되묻지 않았다. 토도는 결코 겉으로 보이는 모습처럼 가벼운 이가 아니었다.

알겠어. 아마 한동안은 꽤 소란스러울 거야. , 이미 그렇지만.”

토도를 좋아하고 그래서 팬클럽 회장까지 맡았을 사토는 의외로 싱겁게 토도의 발언을 받아들였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니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사토가 먼저 뒤뜰을 떠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당한 인원수의 팬클럽을 지금까지 별다른 소음 없이 운영해온 사토의 능력을 보면 아마 큰일은 없을 터였다. 거기에다 혹시나 반응이 조금 격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 여학생들은 토도가 미리 만나서 이야기를 마친 뒤였다. 예상대로 반응은 격렬했고 덕분에 토도는 바람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자전거 경기부도 적지 않게 술렁였지만 실력 우선주의인 하코네인데다 후쿠토미나 신카이, 그리고 아라키타가 나서준 덕분에 다행히 토도의 기행은 코치에게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주의하라는 경고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으악. 진파치 이 바보 녀석! 요즘 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야!!”

토도와 하루노가 소꿉친구라는 것을 아는 같은 반 친구들은 하루노 앞에서 토도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 않았지만 하코네 학원 전체에 도는 소문을 하루노가 모르기란 오히려 요원했다. 우려가 되는 마음에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기를 수차례, 도서실에 가는 척하며 토도네 반을 지나며 기웃거린 것도 여러 번이었다. 메일을 작성했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휴대폰만 손에 들고 발을 동동 구르자니 그런 하루노를 비웃듯 휴대폰이 가볍게 울었다.

[뭐해? : 잠깐 볼 수 있어?]

소문의 근원지(?)인 뒤뜰에서 만나기로 메일을 주고받은 뒤 하루노는 서둘러 뒤뜰로 걸음을 옮겼다.

진파치!”

토돌이의 케이지 앞에서 토돌이가 먹이를 먹는 것을 바라보던 토도가 하루노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여유로워 보이던지 하루노는 그간의 걱정이 억울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웃음이! 교내에 도는 소문 알아, 몰라!?”

나에 대한 소문인데 모를 리가.”

그게 무슨 좋은 소문이라고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양 이야기하는 토도의 얼굴에는 전혀 근심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믿은 거야?”

너 같으면 믿겠냐!”

그럼 된 거지.”

당연히 믿지 않았다는 하루노의 즉답에 토도가 어깨를 으쓱였고 하루노가 다시 한 번 울분을 토하려는데 토도가 한발 빨랐다.

이제 유카 차례야.”

……?”

다시 유카만의 토도 진파치가 되었으니까, 유카도 나만의 하루노 유카가 되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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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 진파치 for 청연

 

너를 기다리는 시간,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1 에서 이어집니다.

 

 

방과 후 자전거 경기부의 부실을 찾은 하루노는 햇볕을 피해, 그리고 자신을 흘긋흘긋 쳐다보고 지나가는 부원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한쪽에 얌전히 서있었다. 덤덤한 듯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속으로는 이미 연습을 시작한 것 같은데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독특한 선배는 언제쯤 나올지, 혹 그냥 해본 말이어서 자신이 정말 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얼마나 더 기다리다 자리를 떠나야 하는지 등을 계속 고민하는 중이었다.

 

안녕! 다시 소개할게. 난 토도 진파치, 네 이름은?”

, 저는 하루노 유카라고 합니다.”

하루 쨩이구나. 좋아, 그럼 이제 자전거 경기부를 둘러보러 가볼까!”

아뇨, 잠깐. 저기, 저는……!”

이 정도 기다렸으면 이제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시간을 확인하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토도가 활짝 웃으며 하루노에게 인사했다. 이름을 묻는 토도의 말에 습관적으로 답변을 한 하루노가 자전거 경기부 견학이 필요하지 않다는, 본래 의도했던 말을 미처 꺼내기도 전에 토도가 하루노의 애칭을 부르며 손을 잡아끌었다. 토도의 걸음에 맞춰 급하게 발을 움직이며 잡힌 손을 빼내려던 하루노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토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내 몸에서 긴장을 풀었다. ‘이 선배 자전거 경기부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하루노의 심경 변화를 모르는 토도는 만면에 밝은 미소를 가득 담고서 부실 여기저기를 소개해 주었다. 준비실부터 시작해서 휴게실 겸 회의실, 그리고 실내 연습장을 돌아 다시 밖으로 나온 토도가 손가락으로 학교 밖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기본 코스 중 하난데, 국도 1호선을 타고 모토하코네 방면으로 남하한 뒤, 아시노 호수를 따라 현도 75호선을 주행해. 그 뒤에 현도 138호선과 국도 1호선을 타고 오다와라 방면으로 내려간 후, 유모토오오바시를 돌아서 구 국도 1호선을 올라 학교로 돌아오는 코스로 주행 연습이 이루어져.”

주행 연습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에요?”

“40km가 채 안 되는 거리라 오래 걸리는 코스는 아니야. 빠르면 두 시간 정도?”

토도의 설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코스를 그리던 하루노가 어마어마한 연습량에 고개를 내둘렀다. 40km를 두 시간 이내에 돌아오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 이야기하는 토도의 말에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고 싶은 것처럼 신이 나 보였다.

? 왜 그래?”

새삼 우리 학교가 로드 레이싱 명문이라는 걸 깨달아서요.”

와핫핫. 이제 이 몸이 위대해 보여?”

…….”

선배가 아니라 자전거 경기부가요.’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던 하루노가 난처한 듯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대답할 말을 찾았다.

너 말이야, 하코네 학원 최고의 실력과 미모를 가진 에이스 클라이머 토도가 지금 너를 안내해 준거라고!”

감사합니다……?”

자부심 넘치는 토도의 발언에 당황한 하루노가 얼결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마저도 의문형이었지만.

혹시 산신이라든가, 슬리핑 뷰티라든가, 닌자……라든가 하는 말 들어본 적 없어?”

,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지푸라기라도 잡듯 이어지는 토도의 부연 설명에 하루노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토도가 원하는 답변을 하려고 애썼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토도!”

뭔가 더 이야기하려는 토도를 중단시킨 건 부실 쪽에서 들려온 토도를 부르는 소리였다. 연습이 시작하고도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으니 안에서 토도를 찾는 것도 당연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하루노도 거들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해요. 선배도 어서 연습 가보셔야죠! 에이스 클라이머시라면서요……!”

클라이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에이스라니까 중요한 거겠지, 라고 짐작한 하루노가 토도를 만난 뒤 가장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그 얼굴에 울컥한 토도가 하루노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빼앗았다.

!”

내 번호랑 메일 입력해뒀으니까 연락해.”

그게, 저기…….”

아니다.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말을 늘이는 하루노의 반응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거라는 것을 깨달은 토도가 재빨리 질문을 변경했다. 그리고 하루노는 바뀐 질문에 요령 있게, 혹은 거짓으로 대답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결국 하루노의 입에서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은 토도가 몸을 돌려 부실로 향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럼, 연락해.”

만족스러운 얼굴로 사라지는 토도를 보며 하루노가 울상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하루노 유카라고 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토도에게 메일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을 손에 든 하루노는 내용을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하루노가 계속 휴대폰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기만 하자 옆에 있던 친구가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하루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뭐해?”

, 아사미 쨩. 클라이머가 뭐야?”

우왓. 하루노 쨩, 드디어 로드 레이스에 관심이 생긴 거야?”

아하하.”

아사미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 하루노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노에게 로드 레이스에 관한 모든 것을 전수할 기세로 이것저것 설명을 시작했다.

클라이머는 특히 산악, 그러니까 오르막에 강한 사람을 말해. 산 정상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사람에게 산악상이 주어지는데…….”

혼이 나간 표정으로 아사미의 설명을 듣던 하루노의 귀에 남은 것은 한 가지였다. ‘천재 클라이머 토도 진파치’. 자전거를 좋아하는 조금 유별난 선배라고 인식했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유명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토도가 스스로를 표현했던 것에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지금이라도 몰라봐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하려나.’

하루노의 의식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려는 것을 차단한 것은 장황한 설명을 마친 아사미의 질문이었다.

그래서 하루노 쨩. 하루노 쨩의 흥미를 일으킨 사람이 토도 선배야, 마나미야? 토도 선배야 워낙 유명하니 몰랐을 리 없고, 역시 마나미?!”

미안합니다. 몰랐습니다.’

아사미의 반응으로 보아 어쩐지 절대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말을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둔 채 하루노가 애써 말을 돌렸다. 이번만 넘어가준다는 듯, 아사미가 눈을 흘겼지만 하루노의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이제 어떡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혹시 토끼 좋아해?”

토끼요……?”

. 애완용 토끼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좋아해요.”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은 토도와 하루노는 두 사람이 처음 조우했던 뒤뜰에서 다시 만났다. 토도의 안내에 따라 뒤뜰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작은 케이지 하나가 보였다. 케이지 안의 토끼를 발견한 하루노가 케이지 앞에 바짝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이름은 토돌이야. 우리 부의 신카이가 데려와서 키우고 있어.”

초롱초롱, 한참을 토돌이와 아이컨텍을 하며 눈을 반짝이던 하루노가 상기된 표정으로 토도에게 물었다.

만져 봐도 돼요?”

, 괜찮아. 꽤 순하거든.”

안녕, 토돌아?”

토도의 입에서 허락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루노가 토돌이에게 손을 내밀어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다. 낯선 인물의 등장에 연신 귀를 쫑긋거리던 토돌이는 다행히 하루노의 손길에도 얌전했다.

와아, 너 진짜 귀엽구나.”

동물 좋아해?”

!”

가뜩이나 인적이 드문 뒤뜰에서도 한쪽 구석에 위치한 케이지는 토돌이의 존재를 아는 일부 자전거 경기부 부원들이 아니면 찾지 않는 곳이었다. 혹시나 싶어 데려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 하루노의 모습을 보니 토도는 기꺼우면서도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자신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도 저런 반응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토도 선배 멋있어요!’

잠깐 머릿속으로 팬클럽 여아들처럼 자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하루노를 생각하던 토도는 금세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을 보고 꺅꺅거리는 건 하루노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종종 와서 보고 가도 돼. 음식을 주는 건 안 되지만.”

정말요? , 토돌이를 데려오셨다는 선배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토도의 제안에 반색하던 하루노가 이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내가 얘기해둘게.”

감사합니다!”

절대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토도는 우선 그렇게 대답했다. 자신의 대답에 안도하는 하루노의 반응에 흐뭇해하면서.

아참. 토도 선배, 이거.”

? 이게 뭐야?”

드림캐쳐에요. 가지고 있으면 좋은 꿈을 꾸게 해 준다고 해서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함께 만들었거든요.”

직접 만든 거야?”

. 그래서 파는 것처럼 정교하거나 예쁘지는 않아요.”

아냐, 아냐! 완전 예뻐! 고마워!!”

뜻밖의 선물에 토도는 한껏 기뻐했다.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선물에 담긴 의미가 어쩐지 간질간질한 느낌이어서, 선물을 건네고 쑥스러워하는 하루노를 답삭 껴안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ありのままの姿見せるのよ ありのままの自分になるの 自由よ これで今少しもくないわ―♪

토도의 충동을 방해(?)한 건, 그리고 하루노를 위기(!)에서 구한 건 하루노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지난겨울을 휩쓸었던 영화 겨울왕국의 삽입곡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두 사람 사이를 울렸다.

으앗, 죄송합니다!”

푸하핫.”

당황한 하루노가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벨소리를 진동모드로 바꾸었고, 토도는 방금 전 자신을 사로잡았던 감각이 우스우면서도 유쾌한 느낌이 들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하루노가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큰소리로 마구 웃는 토도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토돌이가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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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토도 진파치

페달 2014. 8. 16. 23:51

- 전력 60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 욕심 ] 으로 11~12시 사이에 연성을 해주신 뒤 #겁페_전력60_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욕심, 토도 진파치 @kaihuayul

 

이틀 동안 진행되는 체육대회와 축제의 피날레는 연극이었다. 연극은 축제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런 만큼 각 학년에서 투표를 통해 주연 배우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올해의 주연 배우는 토도였다. 토도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자랑하며 주인공의 자리를 꾀어 찼고, 모두는 토도가 왕자님일 거라 기대했다.

다만 연극의 주연 배우 투표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는데, 투표가 진행되기 전 공연으로 올릴 작품은 공개가 되지만 대본은 연극부 학생들에 의해 모두 각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와 진행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체육대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 정도 텐션이 업된 시간, 무대를 가리던 커튼이 서서히 열리며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인물이 관객들 눈에 들어왔다. 가발을 썼는지 탐스럽게 쪽지어 올린 머리와 그 위에 쓴 왕관, 팔꿈치 위로 길게 올라간 opera glove와 까만색의 긴 드레스.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인물은 다름 아닌 토도였다.

무대 위의 인물이 누구일까 웅성거리던 객석은 , 저거 토도 아냐……?’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점으로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토도는 객석의 소음에도 아랑곳 않고 태연스레 연기를 계속했고 경악으로 물들었던 학생들은 점차 토도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토도가 맡은 역할은 왕비, 즉 백설 공주의 새엄마였다.

 

와핫핫.”

경박하지만 당당한 토도의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무대 위의 커튼이 양쪽에서 밀려와 토도의 모습을 가렸다. 토도의 모습이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여학생들의 함성은 식을 줄 몰랐고, 커튼콜을 외치는 관객들의 요구가 거세게 빗발쳤다. 하지만 닫힌 커튼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사회를 맡은 학생만이 나와 곧 시상식이 이어짐을 알렸다.

 

 

토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은 꽤 다양했다. 자칭 슬리핑 뷰티를 비롯해 산신, 닌자. 그리고 하코네 학원 자전거 경기부 에이스 클라이머 토도 진파치. 제법 화려한, 그래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수식어들이 토도를 따라다녔지만 토도는 그걸 즐기는 편이었다. 이번 연극에서도 토도의 그런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토도의 배역은 도리어 토도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축제를 마친 뒤 수직상승한 토도의 인기는 토도의 책상과 사물함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런 녀석, 뭐가 좋다는 거야 대체.”

사물함과 책상 서랍에 들어있던 선물들을 쇼핑백에 담아 부실로 가져온 토도를 보며 아라키타가 비아냥거렸다.

이 몸에게 이 정도 인기는 당연한 거 아니겠어!”

. 그거 진심이냐?”

토도의 나르시시즘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심했다. 자전거부 부원들은 아무래도 연극의 후유증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 중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무대 위의 토도를 알아본 부원들은, 의외로 토도가 백설 공주의 새엄마 왕비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금세 인정했다. 다만 그게 왜 여학생들이 환호하는 요소가 되는 건지는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서실로 향하던 토도의 발걸음은 한 무리의 여학생들을 만나면서 멈춰졌다. 까르륵 거리는 여아들의 웃음이 한바탕 몰려가고 걸음을 옮기는 토도의 손에는 아까는 없던 것들이 들려있었다.

. 좀 곤란한걸.”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을 즐기는 토도였지만 그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였다. 지금처럼 손에 들린 선물들 때문에 정작 가려던 도서실은 들르지 못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건 별로 좋지 않았다.

 

진파치!”

, 토도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하루노가 말을 걸었다.

오늘도 잔뜩이네?”

, 이 몸이니까.”

하루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토도의 말투가 평소와 달리 가라앉아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왕비마마. 신에게 왕비마마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나이까.”

허락하노라.”

장난기 가득한 하루노의 언행에 토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이거. 도서실에 가려던 이유가 이 책 맞지?”

놀란 표정의 토도에게 하루노가 설명을 덧붙였다.

사카키 선생님 수업, 우리 반도 지난주에 과제 나왔거든. 아마 지금 도서실에 가봐야 전부 나가고 없을걸? 대출기간은 며칠 안 남았지만 서두르면 과제하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고마워.”

책 제때 반납하는 거 잊지 말고.”

잠깐, 유카……!”

당황한 토도가 하루노를 불렀지만 제 할 말을 마친 하루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왕비 역할이 그렇게 잘 어울릴 건 또 뭐람. 그렇지 않아도 인기 많았는데 요즘은 아주 그냥 연예인이잖아.’ 미처 토도에게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왕이든 왕비든 좋으니까 나만의 진파치일 때가 좋았다고. 바보 진파치.”

삐죽삐죽,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신은 처음부터 토도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토도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도, 그리고 속없이 그걸 다 받아주는 토도도, 하루노는 모두 못마땅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

한숨과 함께 하루노의 마음도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처럼.

 

 

오해,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16 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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