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분 * 너의 빨강구두>★
* 9월 20일(토) 열한번째 주제 : 사진
* 10월 4일(토) 15번째 주제 : 내가 좋아하는 너
#hello_dream
변명, 토도 진파치 http://kaihuayul.tistory.com/24 에서 이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너, 토도 진파치 @kaihuayul
“토도 선배!”
“아, 응! 지금 간다고 전해줘!”
오늘은 연습을 조금 일찍 마치고 다 같이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연습 후 샤워를 마친 토도는 다른 부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탈의실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옷을 갈아입으며 토도가 한 일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바지를 입고 한 번, 셔츠를 입고 또 한 번, 머리를 말리면서는 메일을 썼다 지웠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취소하기를 수차례였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는지 누군가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토도는 한숨을 푹 내쉬며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엄청 화났나 보네. 이제 어쩐다…….”
이 이상 뜸을 들이면 성질이 급한 아라키타라든가, 아라키타가 직접 탈의실로 쳐들어올 터였다. 사물함 문을 닫고 탈의실을 나서던 토도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손에 쥐고 부실 밖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혈기왕성한 10대의, 그것도 운동을 하는 남자 아이들이 먹는 양과 그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모두가 눈앞에 놓인 음식을 게 눈 감추듯 비워가는 와중에 음식으로 향하는 토도의 손놀림은 느리기만 했다. 먹는 것도 건성인 것이 한 손에는 젓가락을 쥐고 있지만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바빴다.
“음식 앞에 두고 고사 지내냐?”
“아하하. 미안, 미안.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소호쿠의 클라이머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결국 참다못한 아라키타가 한 마디를 던지고 신카이가 걱정 섞인 말을 건네고서야 토도는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았다. 언제나 자신감 충만한 토도가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심지어 시합에서 졌을 때조차 ‘내 라이벌인 마키 쨩이라면 응당 이 정도는 해야지!’라며 호기롭게 다음엔 절대 지지 않을 거라 외치는 토도였다. 토도의 마키시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잘 아는 부원들이었기에 이런 토도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마키시마에게서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신카이의 질문에 후쿠토미와 이즈미다도 식사를 멈추고 토도를 바라봤지만 토도는 더 이상 이야기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런. 내가 아무리 미형이라지만 식사 중에 너무 그렇게 바라보면 곤란한걸!”
“헛소리하는 걸 보니 멀쩡하네. 저 녀석은 걱정하면 손해라니까.”
와하핫― 하는 토도 특유의 웃음소리가 테이블을 울리자 아라키타가 어이없다는 듯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투덜거렸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단숨에 흩어버린 토도가 식사를 재개하자 테이블은 이내 이런저런 소리들로 다시 시끄러워졌다.
“하아.”
휴대폰을 확인하며 하루노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루노의 휴대폰에는 지난 주말부터 토도에게서 온 연락들이 가득했다. 전부 확인은 했지만 답을 할 수 없어 쌓여만 가는 메일과 부재중 전화 목록을 확인하며 답답함을 느낀 하루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연락을 피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지.”
하루노는 책상에 놓인 산 정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토도의 사진을 톡톡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라이벌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하루노를 헤아리지 못한 토도였지만 하루노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것까지 모두 포함한 토도였다. 산을 오르며 즐거워하는 토도도, 라이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토도도, 모두 하루노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토도. 사람들이 널 숲속의 닌자라고 부르는 건 알고 있어?”
스스로를 산신 혹은 슬리핑 뷰티라고 소개하던 토도를 떠올리며 하루노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그런 토도니까, 분명 괜찮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면서 하루노는 토도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지잉―
침대에 누워 책을 보던 토도는 진동이 울리는 소리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책상 위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
일주일 만에 하루노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지난 주말 데이트 때 마키시마에 관한 일로 하루노의 기분이 상한 뒤로 토도는 계속 하루노에게 사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루노가 연락을 받아주지 않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학교가 다른 데다 자전거부 연습을 위해 기숙사에 거주하는 토도로서는 평일에 시간을 내어 하루노를 보러 갈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주일동안 연락에 답하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다면 내일이나 모레 볼 수 있을까 해서.
이번 주말이 불가능하다면 토도가 시간이 되는 날을 알려줬으면 해.」
하루노의 메일을 확인한 토도는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몰려오기 시작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만약 하루노가 더 이상 자신과 만날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하루노에게 답 메일을 보내는 토도의 손에 정작 시합 때도 하지 않았던 긴장으로 인한 땀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한편 하루노 역시 메일을 보내고 긴장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턱대고 화를 내고 일주일이나 연락을 무시했으니 토도도 화가 나지 않았을까? 시간이 없으니 그냥 메일이나 통화로 이야기하자고 한다면 어떡하지? 하지만 토도에게서 온 연락은 다행히 이번 주말 시간이 괜찮다는 긍정의 답변이었고, 두 사람은 각자의 불안감을 애써 달래며 다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메일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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