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전력 60분이 시작됩니다! 주제는 [ 두근거림 ] 으로, 11~12시 사이에 연성을 해주신 뒤 #겁페_전력60_글쓰기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두근거림, 토도 진파치 @kaihuayul

 

곱게 물든 가을을 보냅니다.’

 

연습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가던 토도는 자신에게 도착한 낯선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가족 이외에는 기숙사로 연락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고, 또 가족들은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낸다거나 할 위인들이 아니었다. 팬들이라면 기숙사가 아니라 책상이 사물함에 편지와 선물을 넣어두고는 했고, 간혹 조금 극성스러운 팬들이 자전거 경기부 부실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잘 어르고 달래서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없으면 편지가 배달될 리 없으니 주소는 적혀있었지만 정작 발신인이 적혀있지 않아 봉투를 뜯어보지 않고는 누가, 어떻게 기숙사로 편지를 보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흐음

어쩐지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 빛에 비추어보기도 하며 이리저리 편지봉투를 돌려보던 토도가 이윽고 결심했다.

, 별일이야 있겠어?”

봉투를 열고 안에 든 카드를 꺼내자 뭔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노랗게 물든 단풍이었다. 그리고 그 단풍잎을 보는 순간 토도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자전거 경기부, 그 안에서도 토도는 클라이머였다. 경사가 급하건 급하진 않건 그냥 걸어서도 힘든 오르막을 자전거 페달을 돌려서 오르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산신이라 불리는 토도는 산을 오를 때면 오히려 고요해졌다. 평소의 가벼워 보이는 언행은 온데간데없고 진중한 모습으로 페달을 밟는 토도만이 남았다.

처음에는 그 차이에 당황하거나 어이없어하던 사람들은 곧 그런 토도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거기에는 매사에 당당한 토도의 태도가 한몫했다.

오오, 보러 온 거냐. 조용하고 스마트하고 화려한 나의 주행을! 내가 연습 정도로 숨이 흐트러질 사람일 리가 없지. 와하하하!”

산 정상에 서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토도는 그의 말대로 여유로워보였다. 다만 흐르는 땀을 어찌할 수는 없어 그가 방금까지 빠른 속도로 페달을 밟아 언덕을 올라왔음을 짐작케 했다.

그런데 오늘은 빈손?”

. 오늘은 그림을 그리러 온 게 아니라서.”

그럼?”

슬슬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이제 다들 내려간 거 같은데.”

산 정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토도였지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부원들이 하나 둘 그들을 스치고 지나간 지 오래였다.

알려주지 않을 셈이야?”

……나중에.”

좋아! 약속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토도는 곧바로 다른 부원들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녀도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고, 기숙사가 아닌 본가의 주소를 적은 것이라면 토도가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카드는 그녀가 직접 만들었는지 카드에 그려진 붉은 단풍의 표면이 인쇄된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살짝 오돌토돌한 그 감촉을 손으로 쓸어 느끼며 토도는 카드의 내용을 확인했다.

거의 매일 산에 오르다시피 하지만 연습하느라 바빠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시간은 없지 않을까 싶어서, 가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카드의 메시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정성으로 가을의 아름다움을 잔뜩 담아낸 카드였다.

푸핫.”

그의 질문에 어색하게 말을 돌리던 그녀가 생각나 토도는 웃음 지었다. 선물 받을 당사자가 질문을 했으니 요령이 없는 그녀로서는 대답을 피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리라. 예쁘게 고이 말린 단풍잎과 그녀의 마음이 담긴 카드. 곱게 물든 가을을 보낸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다시 한 번 되뇌는 토도의 가슴이 자전거를 탈 때보다 더 강하게 두근거리며 존재를 알렸다. 노을에 더 붉게 물든 창밖의 가을 풍경처럼 토도의 얼굴에도 가을이 내려앉았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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