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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토도 진파치 @kaihuayul
“응? 무슨 일이야?”
“진파치, 전화 오는 거 아냐?”
“오오, 내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던 건가. 고마워. ……여보세요, 마키 쨩―!?”
‘마키 쨩?’
하루노와 토도가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받는 토도의 반응이 평소와 사뭇 달라 하루노는 의아해졌다. 누구기에 토도가 저렇게 반갑게 전화를 받는 걸까.
“그래, 그래! 우리 집의 욕탕은 원천을 흘려보내니까(かけながし) 말이지. 만끽할 수 있었지? 게다가 마키 쨩이라면 언제든 와도 좋다고. 뭣하면 우리 집 식구(うちの子)가 될래?”
상대방의 말까지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토도의 대답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상대가 토도네 집에서 운영하는 온천에 방문했었던 모양이었다. 토도 덕분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 받았고, 그에 토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했나 보다고 추측하며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하루노는 토도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삐끗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서 우리 집 식구가 되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 프러포즈도 아니고. 응? 잠깐, 그러고 보니 ‘마키 쨩’이라는 거 보통 여자이름 아니던가? 지금 여자 친구 앞에서 다른 여자에게 프러포즈했어……?! 토도의 통화가 길어질수록 하루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토도가 하루노에게 사과했다.
“미안, 미안. 마키 쨩이 먼저 전화를 주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라.”
“으응, 괜찮아.”
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토도에게 그런 내색을 보이기에는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다고 ‘마키 쨩’에 대한 의문을 그냥 넘길 수는 없어서 하루노는 조심스럽게 토도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키 쨩……이 누구야?”
“아, 마키 쨩은 말이지! 내 최대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친구라고! 와하핫. 비록 처음 만남은 서로 최악이었지만 말이지. 첫인상은 센스가 이상한 껄끄러운 녀석이었거든. 하지만 마키 쨩이 있었기에 나는 산신으로 있을 수 있었어. 이런 라이벌이 있다니, 나보다 행복한 남자는 없다고!”
혹여 마키 쨩이 ‘진짜’ 여자 친구라면 어떡하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쓸데없는 간섭이라고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하루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토도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산뜻하게, 밝은 목소리로 마키 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에 대한 애정이 깊게 담겨 있어서, 당당하게 라이벌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도가 무척이나 싱그러워서, 하루노는 그만 웃고 말았다.
두 사람이 만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하루노가 마키시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횟수도 늘어갔다.
‘마키 쨩 이상으로 날 뜨겁게 만드는 클라이머는 없어. 자, 그럼 소중한 라이벌에게 상태 확인의 전화를 해볼까. 여보세요, 마키 쨩~’
라든지,
‘여보세요? 나야! ……이봐, 사기가 아니야! 토도다! 정말이지, 마키 쨩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준다고. 너도 그렇지 않으면 외롭잖아!’
라는 식이었다.
평소의 유쾌한 토도도 좋지만, 역시 로드 레이싱에 열중했을 때의 토도가 더욱 좋았기에 하루노는 마키시마에 관한 이야기도 늘 즐겁게 듣고는 했다. 마키시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도는 언제나 지금 당장 언덕을 오르는 양 들떠보였기에. 그와 동시에 궁금해졌다.
“토도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라이벌이라니, 나도 마키시마 군이 궁금한걸. 분명 멋진 사람이겠지? 한 번 만나보고 싶어.”
“만나보고 싶다니, 마키 쨩과 말이야? 그건 안 돼! 복장 센스는 어쨌든 마키시마 유스케라는 남자는 내가 인정한 상대야. 다른 것에 정신을 빼앗기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
지나가듯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토도가 상대의 컨디션에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는 만큼, 토도의 여자 친구랍시고 그의 라이벌인 마키시마를 탐색한다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토도의 반응은 격렬했고, 또 뜻밖이었다. ‘마키 쨩은 좋은 라이벌이지만 여자 친구까지 경쟁하고 싶지는 않아.’라고 가볍게 받아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뭐라고? 토도의 어투는 마치 하루노 자신이 마키시마에게 방해가 될 거라는, 그런 뉘앙스였다. 차라리 리들리(Ridley)에 질투를 하면 모를까, 여자도 아닌 남자 라이벌에게 질투를 느껴야 하는 걸까 하고 하루노는 고민했다.
한 번 마음이 어긋나자 이전까지는 즐거웠던 대화들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토도가 마키시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건성으로 응수하기 일쑤였다.
“모닝콜?”
“응. 내가 모닝콜을 하면 마키 쨩도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나도 모닝콜 해줘.”
“상관없다고. 어차피 마키 쨩에게 모닝콜 하니까 말이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다를 바 없으니까!”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인 불만이 모닝콜을 계기로 하루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울컥한 하루노는 토도에게 빽, 소리를 지른 뒤 토도가 당황해 하는 사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린 토도가 안절부절못하며 하루노에게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변명이라는 것이 결국 마키 쨩에 대한 자랑이었다.
※ 기울임체로 표시된 토도의 대사 출처는 요메코레(嫁これ) 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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