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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토도 진파치 @kaihuayul
이틀 동안 진행되는 체육대회와 축제의 피날레는 연극이었다. 연극은 축제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런 만큼 각 학년에서 투표를 통해 주연 배우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올해의 주연 배우는 토도였다. 토도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자랑하며 주인공의 자리를 꾀어 찼고, 모두는 토도가 왕자님일 거라 기대했다.
다만 연극의 주연 배우 투표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는데, 투표가 진행되기 전 공연으로 올릴 작품은 공개가 되지만 대본은 연극부 학생들에 의해 모두 각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와 진행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체육대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 정도 텐션이 업된 시간, 무대를 가리던 커튼이 서서히 열리며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인물이 관객들 눈에 들어왔다. 가발을 썼는지 탐스럽게 쪽지어 올린 머리와 그 위에 쓴 왕관, 팔꿈치 위로 길게 올라간 opera glove와 까만색의 긴 드레스.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소화한 인물은 다름 아닌 토도였다.
무대 위의 인물이 누구일까 웅성거리던 객석은 ‘어, 저거 토도 아냐……?’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기점으로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토도는 객석의 소음에도 아랑곳 않고 태연스레 연기를 계속했고 경악으로 물들었던 학생들은 점차 토도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토도가 맡은 역할은 왕비, 즉 백설 공주의 새엄마였다.
“와핫핫.”
경박하지만 당당한 토도의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무대 위의 커튼이 양쪽에서 밀려와 토도의 모습을 가렸다. 토도의 모습이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여학생들의 함성은 식을 줄 몰랐고, 커튼콜을 외치는 관객들의 요구가 거세게 빗발쳤다. 하지만 닫힌 커튼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사회를 맡은 학생만이 나와 곧 시상식이 이어짐을 알렸다.
토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은 꽤 다양했다. 자칭 슬리핑 뷰티를 비롯해 산신, 닌자. 그리고 하코네 학원 자전거 경기부 에이스 클라이머 토도 진파치. 제법 화려한, 그래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수식어들이 토도를 따라다녔지만 토도는 그걸 즐기는 편이었다. 이번 연극에서도 토도의 그런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토도의 배역은 도리어 토도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축제를 마친 뒤 수직상승한 토도의 인기는 토도의 책상과 사물함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런 녀석, 뭐가 좋다는 거야 대체.”
사물함과 책상 서랍에 들어있던 선물들을 쇼핑백에 담아 부실로 가져온 토도를 보며 아라키타가 비아냥거렸다.
“이 몸에게 이 정도 인기는 당연한 거 아니겠어!”
“하. 그거 진심이냐?”
토도의 나르시시즘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심했다. 자전거부 부원들은 아무래도 연극의 후유증이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 중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무대 위의 토도를 알아본 부원들은, 의외로 토도가 백설 공주의 새엄마 왕비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금세 인정했다. 다만 그게 왜 여학생들이 환호하는 요소가 되는 건지는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서실로 향하던 토도의 발걸음은 한 무리의 여학생들을 만나면서 멈춰졌다. 까르륵 거리는 여아들의 웃음이 한바탕 몰려가고 걸음을 옮기는 토도의 손에는 아까는 없던 것들이 들려있었다.
“흠. 좀 곤란한걸.”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을 즐기는 토도였지만 그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였다. 지금처럼 손에 들린 선물들 때문에 정작 가려던 도서실은 들르지 못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건 별로 좋지 않았다.
“진파치!”
툭, 토도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하루노가 말을 걸었다.
“오늘도 잔뜩이네?”
“뭐, 이 몸이니까.”
하루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토도의 말투가 평소와 달리 가라앉아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왕비마마. 신에게 왕비마마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나이까.”
“허락하노라.”
장난기 가득한 하루노의 언행에 토도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 이거. 도서실에 가려던 이유가 이 책 맞지?”
놀란 표정의 토도에게 하루노가 설명을 덧붙였다.
“사카키 선생님 수업, 우리 반도 지난주에 과제 나왔거든. 아마 지금 도서실에 가봐야 전부 나가고 없을걸? 대출기간은 며칠 안 남았지만 서두르면 과제하는데 지장은 없을 거야.”
“……고마워.”
“책 제때 반납하는 거 잊지 말고.”
“잠깐, 유카……!”
당황한 토도가 하루노를 불렀지만 제 할 말을 마친 하루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왕비 역할이 그렇게 잘 어울릴 건 또 뭐람. 그렇지 않아도 인기 많았는데 요즘은 아주 그냥 연예인이잖아.’ 미처 토도에게 하지 못한 말을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왕이든 왕비든 좋으니까 나만의 진파치일 때가 좋았다고. 바보 진파치.”
삐죽삐죽,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신은 처음부터 토도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토도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도, 그리고 속없이 그걸 다 받아주는 토도도, 하루노는 모두 못마땅했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
한숨과 함께 하루노의 마음도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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