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유 님께 커미션 넣은 테니스의 왕자님, 니오 마사하루 드림입니다!

믿고 보는 가유 님 커미션 시작합니다-!>ㅂ<

 

 

 

 

 

 

 

 

 

 

 

 

 

 

 

 

 

 

 

키워드는,

1. '난 평균이야!'라고 말하면 큰쪽이 사랑스럽다는 듯 대충 응응 말하는 것

2. 한쪽은 발꿈치를 올리고 한쪽은 허리를 숙여 키스

3. 작은 쪽이 키스하려하다 키차이에 막혀서 좌절하는 것. 눈치챈 큰쪽이 '어쩔 수 없지'하고 키스해주는 것

4. 외모만큼이나 시크한 듯 하면서 다정하고 상냥한 니오

 

추가 외전 키워드는,

1. 릿카이 테니스부와 함께

2. 커플의 정석! 염장질과 질투! 유키무라와 사나다마저 함락!

 

여기에 언제나처럼 달달함 백만스푼 추가♡

아기자기하면서 알콩달콩한 분위기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엄청 취향 적격이랄지.

이제 가유 님꼐 다음 커미션 넣을 준비를....(그만해;;;

 

가유 님 커미션 페이지는 여기 -> http://blog.naver.com/gayu_chun/220172816983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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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유 님께 커미션 넣은 테니스의 왕자님, 유키무라 세이이치 드림입니다!

이번에도 자랑하려고 올리구!!>ㅆ<

 

 

 

 

키워드는, 축복 혹은 승리의 키스

수줍어하는 란과 티 안나게 안달(?)하는 유키무라.  서로 건물이 달라서 은근히 불안해 하는 유키무라라든가.


추가 외전은 유키무라 사이드로 서로 이름 부르기 + 달달함 백만스푼 추가...했더니!! 흐아앙 엄청 달고 좋네요.ㅠㅠ

실은 이번엔 외전 추가한 건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보는 순간 너무 좋아서 공개를 안 할수가 없달지.

가유 님 언제나 좋은 글 고마워!

 

가유 님 커미션 페이지는 여기 -> http://blog.naver.com/gayu_chun/220172816983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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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바나시 :: 푸른하늘 실팔찌 솜털구름

시시도 료 for 셀레스틴

 

 

뭐하냐?”

? 료가 왜 여기 있어?!”

시시도가 이런 곳에 올 거라 생각지 못했던 마키가 허둥지둥 자신의 앞에 있는 것들을 치우자, 가볍게 마키의 어깨를 툭 두드렸을 뿐인 시시도는 조금 민망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됐어.”

시시도의 표정에 서린 감정을 불쾌감으로 받아들인 마키가 서둘러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퉁명스러워 자연스레 마키는 울상을 지었다. 그에 마음이 약해진 시시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차피 마키가 시시도 몰래 하는 일이라면 뻔했고, 굳이 지금부터 궁금해 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터였다.

오늘 서점 갈 거라며.”

, !”

혼자 가서 또 무겁게 잔뜩 사들고 오려고.”

아하하…….”

가방이나 좀 가볍게 들고 다니든가.”

마키의 가방을 빼앗아 들며 시시도가 투덜거렸다. 걸어 다니면서 운동이라도 하려는 건지, 아니면 무기(!) 대용으로 들고 다니는 건지 마키의 가방은 늘 무거웠다. 전공서적들이 워낙 두꺼운 탓도 있지만 가방의 내용물을 보노라면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가방의 무게에 눌린 마키를 보면 시시도는 속이 상해 괜히 더 불퉁거렸다. 예쁘게 입고 이런 가방을 들면 뭐하냐는 잔소리도 곁들여서.

 

 

주르륵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자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솜털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다. 하늘을 잠시 바라보던 시시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푸른색 계열의 실로 엮인 가느다란 실팔찌가 아대를 차지 않은 반대편 손목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이 정도면 시합할 때 크게 방해되지 않을 거 같아서…….’

선물을 하면서도 자신 없어 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사귀게 된지 1년이 넘었지만 마키는 여전히 시시도가 어려운 모양이었고, 사실 시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마키와 조금 달랐다. 마키가 시시도에게 보이는 애정의 색은 굉장히 선명해서 한 번 깨닫고 나자 그전까지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시시도가 테니스에 보이는 열정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마키는 시시도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시도는 마키가 어려웠다. 비단 실팔찌 뿐만이 아니었다. 마키는 툭하면 시시도에게 크고 작은 선물들을 안겨줬다.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의미 없을 정도로. 이렇듯 자신에게 쏟아지는 순수하고 올곧은, 그리고 벅찰 정도로 어마어마한 애정을 그냥 받아도 되는지 시시도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만큼 되돌려주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조금은 낡아서 헤진 실팔찌를 쓰다듬으며 시시도는 다시 푸른 하늘을 시야에 담았다. 시시도는 마키가 일부러 말해주지 않은 실팔찌의 작은 비밀을 알아냈다. 사랑, 믿음, 좋음. 실팔찌에 엮인 실의 색상에 담긴 의미였다. 그리고 팔찌가 끊어질 때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마키의 소원이 뭘까. 곰곰이 생각하던 시시도는 이내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조금 이르지만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곧 해외로 나가는 시시도가, 불안해하는 마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터다.

그래도 결혼은 무리고 약혼부터 해야 하려나.”

시시도의 중얼거림이 테니스공과 함께 코트에 맴돌았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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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사카키 타로

테니 2014. 11. 8. 22:45

<전력 드림 60* 너의 빨강구두>

118() 22(10)부터 23(11) 까지 60분간 진행됩니다. 마감 후 탐라도배가 예상되오니 불편하시면 RT끄기를 해주세요!

* 24번째 주제 : 선물

#hello_dream

 

 

선물, 사카키 타로 @kaihuayul

 

곱게 물든 가을을 보냅니다.’

 

글씨를 쓴 사람의 성격을 알려주듯 검은색 펜으로 또박또박 적힌 메시지는 그리 길지 않았다. 메모의 마지막 문장을 작게 소리 내어 읽으며 사카키는 카드 사이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이 카드를 보내준 이가 그 마음을 담아 고이 말려 코팅했을 빨간 단풍잎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가을이었다. 10월 들어 중간고사를 시작으로 운동회와 수학여행, 문화제 등을 거치며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낸 사카키는 가을을 느낄 새가 없었다. 웅변대회까지 마치고 기말고사를 앞두고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긴 사카키는 그간 쌓아둔 우편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제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풍경을 확인했다. 푸릇푸릇했던 나무들이 어느새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효테이의 교정은 제법 운치 있었고, 산책을 즐기는 학생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창밖으로나마 가을의 정취를 감상하던 사카키는 짧게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 소리에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단풍잎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네다 공항 도착했어요!]

 

……!”

 

메시지를 확인한 그의 표정에는 드물게도 당황과 놀라움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카키는 확인하던 우편물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금 사카키에게 음악회나 파티의 초대장 같은 것들은 조금도 필요 없어졌으므로.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시동을 걸며 사카키는 빠르게 메시지를 작성했다.

 

[지금 가마.]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하는 게 급선무였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휴대폰의 전원을 키고 메시지를 보냈을 터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기다리게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리라.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도착한 상대에 대한 원망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가움만 한가득이어서 공항으로 향하는 사카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윽고 공항에 도착한 사카키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굳이 전화를 해서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아 조급하던 사카키의 걸음이 느려지는 곳의 끝에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에 기대어 툭툭 발장난을 치던 상대가 사카키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를 돌아보며 환히 웃었다.

 

선생님!”

 

바다 건너 저 멀리서 도착한 한통의 편지와, 공항에 도착한 뜻밖의 선물이 사카키의 마음에 가을을 알렸다.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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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따가 봐.”

.”

유키무라의 목소리가 유래 없이 경쾌하다. 반비례로 내 목소리는 추욱 가라앉았지만.

자신이 테니스하는 모습을 봐주지 않을 거냐며, 오빠가 동생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냐며 릿카이에, 정확히는 테니스부에 놀러오라는 유키무라의 끈질긴 설..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효테이에서 출발한다고 유키무라에게 전화를 한 뒤 서둘러 릿카이로 향했다. 내가 늦으면 늦을수록 고생하는 건 테니스부 부원들일 테니까.

 

 

릿카이대 부속중학교

 

정문에 도착해 힐끗 교패를 확인한 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도착을 알리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는 순간,

.”

으힉!”

톡톡, 어깨를 두드리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휴대폰을 손에 움켜쥐고 요상한 소리를 내며 굳어 버렸다.

쿡쿡.”

, 오빠?!”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마중 나왔어.”

, . 고마워.”

생각하고 미리 마중을 나온 유키무라의 배려는 고맙지만 기왕 친절을 발휘하는 거 조금 더 상대를 배려해주면 좋으련만. 유키무라의 답지 않은 장난에 조금 불퉁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더니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유키무라의 웃음이 진해졌다.

한 손으로는 내 가방을 받아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은 유키무라가 테니스 코트로 향하며 릿카이에 대한 안내로 포장된 릿카이 자랑을 시작했다. 덕분에 테니스 코트로 가는 길이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았지만 내가 릿카이에 흥미를 가지길 바라는 유키무라 인만큼 설명은 나름 재미있었다.

가볍게 산책하듯 교정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왔다. 우리를 발견한 순간 잠시 잦아드는가 싶었던 그 소리는 유키무라의 손을 잡은 내가 테니스부로 들어서자마자 귀가 아플 정도로 커졌다. 그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자 유키무라가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란은 인상을 써도 예쁘지만 그래도 웃는 모습이 더 어울려.’라는 말과 함께.

그와 동시에 주변이 고요해졌지만 마치 여자 친구에게 할 법한 대사를 동생에게 이야기하는 유키무라 덕분에 당황한 나는 미처 그걸 깨닫지 못했다.

사나다와 야나기를 필두로 레귤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레귤러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유키무라의 표정이 상당히 미묘했지만 내 정신건강을 고려해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도 평소와 달랐을 유키무라의 기세에 레귤러를 비롯하여 일반 부원들도 잔뜩 기합이 들어 연습에 임하는 게 눈에 훤히 들어왔다.

원작이 현실의 테니스와 동떨어져 있는 만큼 초반에는 나름 관심을 가지고 연습을 구경했지만 워낙 운동에 관심이 없는데다 테니스 룰을 제대로 알지 못하다보니 호기심은 금세 지루함으로 바뀌었다. 어느덧 유키무라와 사나다가 시합을 시작했는지 코트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유키무라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는 것으로 경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 뒤 슬쩍 펜스 바깥으로 눈을 돌려 꺅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응원을 하고 있는 여아들을 바라봤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보고 허허, 좋을 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로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사라졌다.

……?”

무리지은 아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아른아른 보이는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려 몸을 움직였지만 코트를 체인지하는 유키무라에 의해 나는 다시 유키무라와 사나다가 시합을 하는 코트에 눈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빠의 시합이 재미없냐는, 그러니까 결국은 자신의 시합에 집중하라는 유키무라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덤으로 들으며.

얼핏 보였던 인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시 눈을 돌렸을 때의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어 계속 곁눈질을 하며 시합이 끝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사나다와의 시합을 산뜻하게 마무리 한 유키무라에게 온갖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은 뒤 재빨리 확인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아는 사람 같았는데.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트위터에서 잠시나마 사진을 보았던 하루님과 닮은 사람이 벤치에 앉아 있는 걸 본 것 같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찰나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은 나로 인해 유키무라의 기분까지 덩달아 저조해지는 게 보였지만, 생각보다 큰 상실감에 유키무라에게 제대로 웃어주지 못했다. 깜짝 이벤트 같았던 릿카이 방문 후 평소와 다름없는 날들이 지나갔다.

 

 

점점 더 강해지는 태양의 열기만큼 테니스부 부원들의 열정도 커져만 가던 여름의 어느 날, 유키무라가 다시 쓰러졌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수술을 통해 완쾌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순간 내려앉는 마음과 초조함을 감출 수 없어 연락을 받자마자 학교를 조퇴하고 카나이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에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 내가 왜 릿카이가 아닌 효테이로 왔을까 하는 원망이 들었다.

나중에 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어머니의 만류를 뒤로 하고 병실을 확인하고 뛰어 올라갔다. 조용히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을 때 유키무라는 침대에 앉아 달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은, 관동대회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오빠.”

오빠가 또 란에게 걱정을 끼쳤네?”

이제 겨우 중3 밖에 되지 않았으면서. 고작 15살이면서. 유키무라가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처럼 미소 짓는 유키무라를 보자니 마구 속이 상했다. 저 바보 같은 유키무라는, 남들에게 마왕이라고 불리는 유키무라는, 결국 평범한 중학교 3학년의 남학생인 것이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의젓하고, 조금 더 책임감이 강한 것 뿐.

눈물을 참으려 애를 써보지만 의지를 무시하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병실 문 앞에서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유키무라의 미소가 얼핏 이지러져 보였다. 그 얼굴을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을 때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온 유키무라가 다가와 가만히 나를 안아주었다. 그 다정함이 도화선이 되어 더는 눈물을 참으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었다.

내 동생, 울보였구나.”

겨우 울음을 그쳐가는 와중에 들려온 유키무라의 한 마디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잘 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조막막한(!) 유키무라 앞에서 펑펑 울어버리다니. 이번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효테이와 카나가와를 매일 왕복했다.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위험하다며, 내가 매일 병원에 오는 것을 말리는 유키무라였지만 그 내심은 기뻐보였다. 그래서 매일 전화로, 문자로, 메일로 연락을 하고 방과 후엔 어김없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유키무라가 수술을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에 드물게도 흔들리는 유키무라가 보였다. 아니,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인데 내가 그동안 너무 유키무라의 과보호에 익숙해졌나 보다. 사실은 내가 유키무라를 이해하고 보듬어줬어야 하는데.

오빠.”

?”

고마워.”

애정을 가득 담아,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큰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그대로 다가가 유키무라를 힘껏, 껴안았다.

세이이치 오빠가, 내 오빠라서 정말 기뻐.”

평소와 다른 느닷없는 애정표현에 유키무라가 느릿하게 팔을 들어, 그렇지만 강한 힘으로 마주 안아 왔다. 이내 내게 시선을 맞춘 유키무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 내 대신 관동대회를 지켜봐주지 않을래?”

…….”

란이 봐준다면 레귤러들도 더 힘이 날거야.”

세이슌을 이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테니스 시합보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다는 걸 알고 있어도 유키무라의 수술을 기다리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했다. 하지만 유키무라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

기꺼운 마음으로 유키무라의 부탁을 받아들이자. 그가 안심할 수 있도록.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는 내 대답에 유키무라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졌다.

 

 

727, 예정된 유키무라의 수술일이 돌아왔다. 그와 함께 관동대회 결승전도. 시합은 원작과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었고 그건 유키무라의 수술도 마찬가지였다. 씁쓸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런 내 표정을 바라본 유키무라는 가만히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힘든 것은 유키무라일 텐데 정작 위로를 받는 것은 나였다. 그에 또 미안하고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 유키무라를 외면했다.

우리 예쁜 동생님이 뭐 때문에 이렇게 우울하실까.”

생긋. 그 자체로 빛나는 심지어 오늘 수술을 받았다고는 믿을 수 없는미소를 지으며 유키무라의 시선이 침대 옆으로 오지 못하고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레귤러들을 향했다. 단체로 움찔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 오빠! 피곤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쉬어야지 않겠냐는 의미를 담아 간절하게 유키무라를 바라봤다.

모두들 오늘 고생했어.”

아주 잠깐 짓궂은 표정을 지었던 유키무라는 곧 부드럽지만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레귤러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마주했다. 어떤 반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한 유키무라의 표정에 레귤러들이 쭈뼛쭈뼛 인사를 하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에게도 피곤하지 않냐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유키무라였지만 어쩐지 그대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빠랑 좀 더 같이 있을래.”

머뭇머뭇, 하지만 확실하게 내 의사를 전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유키무라가 미소 지었다.

슬쩍 눈치를 보며 오늘 시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약간의 투덜거림을 섞어. 하지만 다들 노력했고 멋있었다며 유키무라에게 열심히 변명했다. 속으로는 내가 왜 이래야 하는 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그리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내 이야기에 호응해주던 유키무라의 얼굴이 점점 희미해졌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관동대회가 끝나고 유키무라의 수술 결과를 확인하자 긴장이 풀려 대화 도중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오빠……?”

눈을 비비며 어느새 입에 붙은 호칭으로 유키무라를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자취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 한 권. 나를 깨운 소리의 원인인 책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지금 이게…… 꿈이었다고……?”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사자성어가 이렇게 와 닿을 줄이야. 바닥에 떨어져있는 책이 지금 일의 원인이라도 되는 양 한참을 노려보다 지그시 눈꺼풀을 내리눌렀다.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다독이며 억지로 눈을 떠 앞을 확인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유키무라의 병실에 남지 않고 레귤러들과 함께 돌아갔다면 나는 계속 유키무라 란이었을까……?

 

 

 

 

 

1. 유키무라가 란에게 란은 인상을 써도 예쁘지만 그래도 웃는 모습이 더 어울려.’라고 말하며 갤러리들을 향해 스산한 표정을 지으며 어떤 제스처를 취해서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거 안 비밀.

 

2. 레귤러들에게 란을 소개하는 유키무라의 표정이 미묘했던 이유가 아무리 레귤러들이라지만 자신의 소... 동생을 소개하려니 뭔가 못마땅한 감정이 들어서였다는 것도 안 비밀.

 

3. 2012/4/5 새벽, 청연 양과의 대화 중

서율 : 청연, 란이 릿카이 테니스부 구경을 갔잖아. 거기서 유키무라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자기도 시합을 하는데, 그게 누구랑 하는 게 좋을까?

청연 : ; .. 사나다?

서율 : 오케이. 비주얼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다 의욕만땅의 유키무라를 받아주기에는 사나다가 괜찮겠다. 사나다에게 잠시 묵념.

청연 : 묵념; 미안해;;;;;

서율 : 지못미 닭군

청연 : 아니 뭐, 진짜 의욕만땅 유키무라를 상대하려면 사나가다 아니면; 렌지는.. 렌지는 좀;

서율 : 아마 적당히 피하지 않을까? 렌지라면

청연 : ㅎㅎ;; 뭐랄까, 삼강의 한 축이긴 한데 사실 렌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어;

이래서 사나다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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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잘 잤니, ?”

…….”

그거야 유키무라 네놈이 매일 아침마다 전화를 하니 그럴 수밖에!’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하는 말을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입으로는 착실하게 대답을 했다.

아침은 먹었고?”

, 먹었어.”

그래, 그렇구나…….”

……, 빠는?”

낚이면 지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약해진 나는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으로 유키무라를 불렀다.

물론 먹었지. 오늘 아침은 우리 란이 좋아하

, 오빠 아침 연습 시작할 시간 아니야?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이따 연락할게.”

, 그럼 전화 기다릴게.”

난 연락한다고 했지 그게 전화라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유키무라가 전화로 단정 지어 버렸다. 길어지려는 통화를 빨리 끝낼 수는 있었지만 나중에 전화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도 하다.

휴우.”

내가 설정했던 글 속으로 들어와 버린 지 벌써 반년. 타이밍 좋게 떨어진데다 현실 감각이 없는 와중에도 중요한 대사를 제대로 이야기 한 덕분에 유키무라의 시스터 콤플렉스 수치가 하루하루 높아지는 중이다. , 그래. 그러니까 바로 이 시스터 콤플렉스가 문제인 거다. 물론 이런 유키무라가 보고 싶어서 이야기를 스케치 했던 건 사실이지만 내가 유키무라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 보다.

그날을 기점으로 당장 릿카이로 전학 오라는 부탁을 빙자한 협박과 애원이 골고루 섞인 권유는 매일 듣는 안부인사요, 시험기간에 무리하다 쓰러지면 안 되니 공부는 못해도 된다는 불필요한 친절과, 위험하니 수학여행 같은 건 절대 보낼 수 없다며 심지어 어머니와 싸우기까지. 이쯤 되면 시스터 콤플렉스라는 귀여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화룡점정은,

, 혹시라도 효테이에서 테니스부 근처에도 가면 안 돼.”

? .”

단호함이 깃든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엄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유키무라의 박력에 밀려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운동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다, 자의로 그런 소음의 근원지에 갈 일은 절대 없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유키무라의 말은 나를 경악케 했다.

릿카이랑 달라서 효테이 테니스부는 실력이 별로거든. 괜히 공이 잘못 튀기라도 해서 란이 다치면 안 되니까. 알았지?”

. 이님이 지금 뭐래요.’

나는 유키무라의 황당한 말에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만 뻥긋 거렸다. 그러나 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은 중요하지 않은지 유키무라는 계속 내 대답을 종용하며 더욱 더 진지해지고 있었다.

혹 지나가다 테니스부가 보이면 멀리 피하고, 같은 반에 테니스부 부원이 있으면 쳐다보지도 말고. 아니, 효테이는 남학생이 더 많지. 오빠 말고 다른 남자들은 다 늑대니까 남자애들이랑은 아예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

, 아니 오빠!”

?”

, ! 오빠 말대로 할게!”

내가 이 나이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설교(!)를 듣고 있어야 하나 싶어 후딱, 유키무라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제야 유키무라의 표정이 풀어지며 평소의 미소 짓는 얼굴로 돌아왔다.

착하다, 내 동생. 오빠 말도 잘 듣고.”

그리고 이어지는 칭찬과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진 유키무라와 다르게 내 속은 오히려 복잡해 졌다. 그래, 포기하면 편하……긴 무슨! 억울해! 오늘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절규가 마음속에 한가득 메아리쳤다. 아흑,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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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

누군가 계속 을 부르며 깨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 내 몸이 흔들렸다.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책을 한 권 꺼내들었는데 아무래도 책을 읽다 잠이 들었었나 보다.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달라붙는 눈을 애써 뜨며 멍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고개를 두어 번 흔들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해할 수 없는 환영이 사라지질 않는다. 뭘까, 이건.

무리해서 오지 않아도 괜찮아.”

……?”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한숨을 내쉬며 환영이 내뱉는 말에 얼결에 대답해 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었잖아?”

, 이건기억을 더듬으며 나도 모르게 끄덕인 고개에 상대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란, 네 태도가 이상하다는 거야.”

쓰려고, 아니 쓰고 싶어서 스케치만 슥슥 그린 뒤 블로그에 올려두었던, 그 중에서도 유키무라가 시스터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바로 그 부분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이어지는 대답은 이거다.

오빠니까.”

…….”

내가 오빠의 동생이니까.”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 앞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병원의 투박한 환자복을 입고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저 미인은 분명 유키무라 세이이치다. 그런데 저 인물이 왜 내 눈앞에 있는 거지?

 

 

내일은 레귤러들이 오기로 했으니까 다음 주에 봐. 남은 주말 잘 보내고. 어머니께 전화 드리는 거 잊지 말고 조심해서 들어가.”

자신이 언제 당황했냐는 듯 평소의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온 유키무라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도 평소의 유키무라였다면 하지 않았을 말을 연이으며 나를 병실 밖으로 내밀었다. ,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드는 생각은 나 쫓겨났구나……!’라는 것.

, 뭐야. 내가 생각했던 거기는 하지만 귀엽잖아?”

그렇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당장 내 상황을 점검하는 게 먼저다. 유키무라의 병실에서 멀어지며 가방을 뒤적거려 지금 상황에 도움을 줄 휴대폰과 다이어리를 찾아냈다.

다이어리에는 [유키무라 란 幸村 藍]이라는 이름과 함께 학교, , 생일, 연락처 등의 간단한 신상 정보가 적혀있었다. 더불어 월별 스케줄에 자주 표시되어 있는 오빠라는 두 글자. 거참, 나답구나. 분명 오빠라고 적혀있는 날들이 내가 유키무라를 찾은 날이리라. ,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월별 스케줄을 넘겨 메모란을 찾아보니 효테이와 병원을 오가는 방법과 시간이 세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를 몇 장 더 넘기자 보이는 기숙사 정보. 살았다!

집에 가는 방법은커녕 학교에 가는 방법도 모르는 나에게 이 다이어리는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건 효테이 교복이 분명한데 교복을 입고서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지 못한다면 그게 어인 망신이란 말인가. 그래도 교복을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는데 하나의 증거가 되어 주었으니까.

기숙사 통금시간과 현재 시간을 확인하며 바삐 움직일 때 손에 든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폰 액정에 보이는 이름은 [유키무라 ○○○ 幸村 ○○○] 그러니까……, 아마도 어머니?

……여보세요?”

, 아직 세이 쨩과 함께 있니?”

, 아니요. 방금 나왔어요!”

시간이 늦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유키무라가 어머니께 전화 드리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충 얼버무리며 지금 기숙사에 돌아가는 중이라며 안심시켜 드리자 다음 주말에는 꼭 집에 오라는 당부가 이어진다. 역시나 대답을 어물쩍 넘기며 무사히 통화를 끝내고 계속 다이어리를 확인하며 효테이 중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한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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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에게, 데즈란

테니 2014. 9. 1. 23:12

노래와 이야기 | J에게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며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대 그리워하네

 

청명한 날이었다. 간밤에 내린 세찬 비는 혼탁했던 공기를 깨끗하게 해준 대신 봄의 따사로움을 앗아가 버렸다. 예상치 못한 서늘한 봄바람에 사람들은 부르르 몸을 떨며 가볍기 그지없는 봄옷의 옷깃을 여몄다.

이런 날이면 데즈카는 별다른 말없이 아침 일찍 란에게 들러 란이 옷 입는 것을 챙겼다. 감기 조심하라는 말 대신 따뜻한 외투를 입게 하고 목에는 스카프를 둘러 주었다. 그 흔한 걱정 한 마디 하지 않으면서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저 그렇게 란에게 애정을 주었다. 그 자연스러운 데즈카의 애정에 익숙해졌던 란은 오늘 날씨가 추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스카프를 챙기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목에서 느껴지는 쎄한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란은 가벼운 스카프 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쿠니미츠…… 보고 싶다.”

작게 데즈카의 이름을 부르는 란의 목소리에 아아, 나도 보고 싶다.’라고 대답하는 데즈카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 것도 같았다.

 

 

J 지난 밤 꿈속에 J 만났던 모습은 내 가슴속 깊이 여울져 남아있네

 

함박눈이 펑펑 내린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보통이라면 오늘 같은 날, 이런 날씨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피했을 란이 어쩐 일로 눈 구경하러 가자고 데즈카를 졸랐다. 그저 나가고 싶다는 한 마디여도 데즈카에게는 충분했겠지만 란의 흔치 않은 칭얼거림은 오히려 데즈카를 웃게 했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어르듯 란을 바라보는 데즈카의 눈에 애정 어린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어쩐지 그것이 부끄러워진 란이 획 토라진 것토라진 척 한 것도 데즈카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외출을 결정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하얀 눈을 보고 싶었기에 란과 데즈카는 학교로 목적지를 정했다.

어라? 쿠니미츠, 선객이 있나본데?”

교문을 통과해 테니스 코트로 향하는 길에는 벌써 누군가의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혀있었다. 발자국만으로도 누군지 짐작한 란은 데즈카의 팔을 흔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테니스 코트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레귤러 전원이 모여 있었다. ‘너도?’라는 느낌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레귤러들은 부장이 지각이라는 에치젠의 투덜거림을 시작으로 이내 한바탕 크게 웃어버렸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한 게임 어때요?”

하하다들 어쩔 수 없네.”

모모시로가 유쾌한 목소리로 시합을 제안하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 옷을 갈아입으러 부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란이 쿠니미츠가 테니스 하는 거 보고 싶어.’라며 가만히 서 있는 데즈카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테니스로 시작했지만 끝은 눈싸움이었다. 여느 때처럼 카이도와 모모시로가 아옹다옹하자 에치젠이 눈을 던진 것이 시작이었다. 눈싸움에 테니스 라켓이 사용되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운 시간이었다.

 

또르륵

깊은 잠에서 깨어 이제 막 눈을 뜬 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볼을 타고 귓가로 흘러내렸다.

왁자지껄했던 꿈은 굉장히 생생해서 오히려 지금이 꿈인 것만 같았다. 무뚝뚝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 애정 어린 눈으로 란을 지켜보던 데즈카를 볼 수 없는 현실에, 먹먹해지는 가슴속 깊이 그의 모습이 여울졌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더워어

조금씩이지만 데즈카와 꾸준히 운동을 한 보람이 있는지 제법 체력이 붙은 란이었다. 다만 몸이 건강해졌다는 증거로 추위를 덜 타게 된 대신,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더위를 체감하게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처음 느껴보는 더위에 란이 맥을 추지 못하고 데즈카에게 달라붙어 징징거렸다. 데즈카는 연신 덥다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란이 귀여워,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무언가를 보던 데즈카가 란을 욕실 앞으로 떠밀었다.

쿠니미츠……?”

의아해 하는 란에게 외출 준비를 하라는 데즈카의 대답이 들려왔다.

 

집이든 밖이든 덥고 습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기분 전환은 되는 것 같았다. 물을 주지 않아 시들해진 화초마냥 기운이 없던 란이 조금 살 것 같은지 데즈카에게 재잘거렸다.

데즈카가 란을 데리고 도착한 곳은 박물관이었다. 건물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린 전시는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였다. 지하철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란이 흥미를 보였던 것을 기억한 데즈카가 마침 소셜에 올라온 전시회 티켓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제 완연히 생생해진 란이 데즈카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맙다며 데즈카의 볼에 남긴 흔적은 소소한 덤이었다.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J 우리가 걸었던 J 추억의 그 길을 난 이 밤도 쓸쓸히 쓸쓸히 걷고 있네

 

가을에 사람이 쉬이 우울해지는 이유는 일조량이 적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은 늘 흐려서 좀처럼 해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공기가 나쁘기 때문인지 파란 하늘 또한 만나기 어려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학기말 시험에 지친 란에게 이런 날씨는 더더욱 반갑지 않았다. 연이은 시험과, 과제와 토론으로 몸과 마음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지만 어쩐지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 억울해진 란은 근처 공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날씨지만 그곳에 가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 것만 같아서.

 

잎이 무성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여기저기 자리한 이 공원은 란의 기억 속 그곳과 제법 유사한 느낌이었다. 다만 그곳에서는 단풍을 구경하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함께 걸었었고, 이곳에는 란 혼자라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란은 젖은 벤치에 손수건을 깔고 앉아 보슬비를 맞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란은 머리가 온통 축축해질 즈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으슬으슬해지는 것이 몸살감기가 오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가는 걸음을 서둘렀다.

 

집에 다다랐을 때 문 앞에 보이는 익숙한 인영에 란이 멈칫했다.

쿠니미츠……?”

혹 자신이 너무 피곤해서, 아니면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서 환영을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 란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환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와 자신의 외투를 란에게 걸쳐주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에 푹 젖은 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역력한 표정이었다.

쿠니미츠? 진짜 쿠니미츠야?”

여전히 어리벙벙한 란에게서 가방을 앗아든 데즈카가 열쇠를 찾아 태연히 문을 열었다.

연락이라도 해주지!”

그랬으면 학교가 마치자마자 바로 집으로 왔을 터인데 아까운 시간낭비를 했다며 란이 투덜거렸다. 투덜거림인데도 그 안에 스며든 기쁨이 선명해서 데즈카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혼자 걸었던 그 길을 이제 다시 그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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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바나시 :: 딸기 모자 베개

무카히&오시타리 for 아라

 

 

2, 기말고사의 마지막 날 하얀 눈이 효테이 교정에 사뿐사뿐 내려앉았다. 다음 달이면 졸업여행과 함께 1, 2학년들에게는 종업식이, 3학년들에게는 졸업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개의 학생들은 그대로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설렘과 막연한 긴장감을 동반하기 마련이었다.

드디어 끝났다. 만세!”

물론 그런 것은 다 재껴두고 당장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이 중요한 사람도 있지만.

이 건물도 곧 이별이구마.”

유시도 참. 아쉬워?”

어깨를 으쓱이는 오시타리를 보며 무카히가 말을 이었다.

하긴. 모두 모이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말을 하고보니 아쉬움이 몰려오는 것도 같았다.

대대로 효테이 테니스 부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만큼 출중한 실력을 자랑했지만 이번의 레귤러들은 유독 그러했다. 이를 테면, 정예멤버였다. 개개인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팀워크는 더욱 뛰어났다. 그런 이들이 한곳에 똘똘 뭉쳐 있다가 학년이 바뀌고, 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뉘면서 때 아닌 생이별(!)을 해야 하는 만큼 그 아쉬움은 작지 않으리라.

. 유시, 유시! 파자마 파티 어때?”

파자마 파티?”

! , 며칠 전에 우리 반에서 여자애들이 이야기하던 거 있잖아!”

아토베에게 이야기하면 장소부터 음식, 이불, 베개 등등 파자마 파티에 필요한 모든 걸 알아서 준비해줄 거라며 무카히가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겨울이니까 수면용 모자도 있으면 좋을 거 같아!’라고 한껏 들뜬 무카히를 어디서부터 말리면 좋을지 고민하던 오시타리는 결국 피식 웃으며, 그것도 좋겠다며 긍정했다. 아마 다른 아이들특히 시시도라든가도 뭐 유치하게 파자마 파티를 하냐며 츤츤거리면서도 결국은 수긍할 터였다. 무카히의 말대로 다른 것은 전부 아토베가 준비할 테니 자신들은 잠옷 정도만 챙기면 되리라. 개성이 뛰어난 레귤러들이니만큼 잠옷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던 오시타리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무카히가 오시타리를 흔들었다.

뭐야 유시. 뭐가 웃긴 거야? 내 계획이 그렇게 웃겨?”

마아, 그런기 아이고…… 머스마들이잖노. 잠옷이 우얄까 생각하다보이 그만.”

. 그러네. 왠지 아토베는 잠옷도 엄청 화려할 거 같아! 시시도는 평범하게 파란색일 것 같고…… 지로는 귀여운 것도 어울릴 것 같아. 막 딸기 케이크가 잔뜩 그려져 있는 잠옷이라든지!”

본인의 외모는 자각하지 못한 채 아쿠타카와를 거론하는 무카히를 보며 오시타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믄 아들한테 얘기부터 하러 가쟤이. 일단 물어는 봐야 안긋나.”

! , 마지막에는 베개 싸움 하면 장난 아니겠다.”

베개 싸움이라니. 승부욕 강한 멤버들이니만큼 가볍게 시작한 베개 싸움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아쿠타카와는 베개를 쥐어주면 그대로 잠들어서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작년에 썼던 글이지만 아라 양의 허락을 구하고 티스토리에 다시 올립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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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후지 슈스케

테니 2014. 8. 17. 23:06

<전력 드림 60* 너의 빨강구두>

817() 22(10)부터 23(11) 까지 60분간 진행됩니다. 마감 후 탐라도배가 예상되오니 불편하시면 RT끄기를 해주세요!

* 두번째 주제 : 흔적

#hello_dream

 

 

흔적, 후지 슈스케 @kaihuayul

 

, 눈가에 느껴진 차가운 기운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아침부터 꾸물꾸물했던 하늘에서 하나, 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비가 오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네.”

어깨에 메고 있는 카메라 가방을 고쳐들며 후지가 발걸음을 서둘렀다. 계획했던 일정이 틀어져 예매한 기차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역에 도착했는데, 후지가 역사에 들어서자마자 무섭게 내리는 비를 보니 어긋난 일정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혹시 네가 이곳에 있는 걸까. 역 입구에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생각에 잠겼던 후지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메온나雨女, 그녀의 별명이었다. 맑은 날이 내내 이어지다가도 그녀가 어딘가 멀리 가야하는 날이면 꼭 비가 오고는 했다고 이야기하며 웃던 모습이 방금 유리에 맺힌 빗방울처럼 선명했다. 초등학교 때는 소풍가는 날 한 번을 빼놓지 않고 비가 왔다고 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바로 전날까지 조마조마하며 확인한 일기예보가 출발 당일에 갑자기 비 소식으로 바뀌어있어 실망한 것도 수차례라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테루테루보즈坊主를 만들어 창가에 걸어두지만 효과가 있었던 적이 없다며, 혹 자신이 아메온나여서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걸어야 하는 걸까 싶어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역시나 달라지지 않더라고 했다.

, 이제는 괜찮아. 너랑 있으니까. 하레오토코지 상.’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맑은 웃음 어디에도 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 후지는 그녀가 아메온나라고 말하는 걸 한귀로 흘려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출사를 다닐 때 날씨는 꽤 중요한 요소였다. 날씨에 따라 사진이 다르게 나오기도 하고 차가운 비를 맞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카메라는 빗속에서 다룰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다. 그리고 후지는 언제나 날씨 운이 좋은 편이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비를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혹 비가 내리더라도 지금처럼 그가 어딘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비가 쏟아지고는 했던 것이다.

 

첫 데이트는 놀이동산이었다. 기실 둘 다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인이 되었으니까,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표정에 후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에 그녀의 예쁜 모습을 담을 생각에 조금은 설레어하면서.

쏴아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마침 근처에 있던 선물의 집에 급히 들어선 두 사람은 막연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봤다. 팔랑팔랑, 봄바람에 나부끼던 스커트 자락이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듯 추욱 가라앉았다.

미안. 역시 나 때문인 거 같네.”

볼을 긁적이며 난처하게 웃는 모습이 처연했다. 후지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를 선물의 집 안쪽으로 이끌었다. 첫 데이트 기념으로 선물을 골라야하지 않겠냐고 그녀를 재촉하며.

 

 

신칸센의 빠른 속도에 유리창에 부딪혀 옆으로 흐르는 빗줄기를 보며 후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네가 없는데도 여전히 비가 내려. 사실은 네가 아메온나가 아니라, 내가 아메오토코雨男였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후텁지근한 공기도 한차례 비가 쏟아지고 나면 조금은 시원해지리라. 조금씩 낮이 짧아지는 만큼 밤은 길어질 터고,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점점 더 선선해지겠지. 여름이 지나 건조한 가을이 오면 비 내음이, 비가 가져다주는 온갖 기억들이, 단풍잎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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