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 푸른하늘 실팔찌 솜털구름
시시도 료 for 셀레스틴
“뭐하냐?”
“료? 료가 왜 여기 있어?!”
시시도가 이런 곳에 올 거라 생각지 못했던 마키가 허둥지둥 자신의 앞에 있는 것들을 치우자, 가볍게 마키의 어깨를 툭 두드렸을 뿐인 시시도는 조금 민망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됐어.”
시시도의 표정에 서린 감정을 불쾌감으로 받아들인 마키가 서둘러 변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퉁명스러워 자연스레 마키는 울상을 지었다. 그에 마음이 약해진 시시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차피 마키가 시시도 몰래 하는 일이라면 뻔했고, 굳이 지금부터 궁금해 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터였다.
“오늘 서점 갈 거라며.”
“아, 응!”
“혼자 가서 또 무겁게 잔뜩 사들고 오려고.”
“아하하…….”
“가방이나 좀 가볍게 들고 다니든가.”
마키의 가방을 빼앗아 들며 시시도가 투덜거렸다. 걸어 다니면서 운동이라도 하려는 건지, 아니면 무기(!) 대용으로 들고 다니는 건지 마키의 가방은 늘 무거웠다. 전공서적들이 워낙 두꺼운 탓도 있지만 가방의 내용물을 보노라면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가방의 무게에 눌린 마키를 보면 시시도는 속이 상해 괜히 더 불퉁거렸다. 예쁘게 입고 이런 가방을 들면 뭐하냐는 잔소리도 곁들여서.
주르륵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자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솜털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다. 하늘을 잠시 바라보던 시시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푸른색 계열의 실로 엮인 가느다란 실팔찌가 아대를 차지 않은 반대편 손목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이 정도면 시합할 때 크게 방해되지 않을 거 같아서…….’
선물을 하면서도 자신 없어 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사귀게 된지 1년이 넘었지만 마키는 여전히 시시도가 어려운 모양이었고, 사실 시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마키와 조금 달랐다. 마키가 시시도에게 보이는 애정의 색은 굉장히 선명해서 한 번 깨닫고 나자 그전까지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시시도가 테니스에 보이는 열정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마키는 시시도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시도는 마키가 어려웠다. 비단 실팔찌 뿐만이 아니었다. 마키는 툭하면 시시도에게 크고 작은 선물들을 안겨줬다.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의미 없을 정도로. 이렇듯 자신에게 쏟아지는 순수하고 올곧은, 그리고 벅찰 정도로 어마어마한 애정을 그냥 받아도 되는지 시시도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그만큼 되돌려주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조금은 낡아서 헤진 실팔찌를 쓰다듬으며 시시도는 다시 푸른 하늘을 시야에 담았다. 시시도는 마키가 일부러 말해주지 않은 실팔찌의 작은 비밀을 알아냈다. 사랑, 믿음, 좋음. 실팔찌에 엮인 실의 색상에 담긴 의미였다. 그리고 팔찌가 끊어질 때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았다. 마키의 소원이 뭘까. 곰곰이 생각하던 시시도는 이내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조금 이르지만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곧 해외로 나가는 시시도가, 불안해하는 마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터다.
“그래도 결혼은 무리고 약혼부터 해야 하려나.”
시시도의 중얼거림이 테니스공과 함께 코트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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