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이바나시 :: 비 하늘 코스모스

아라키타 야스토모 for 셀레스틴(마키 카온)

 

 

[뭐하냐?]

마키의 휴대폰이 짧게 울었다. 발신인은 아라키타였다. , 던져진 짧은 메시지 한 마디에서도 아라키타의 톡 쏘는 목소리와 표정이 쉬이 떠오른 마키가 살풋 미소 지었다.

[도서관에서 공부중이야. 야스토모는 뭐해?]

[, 저녁은 먹었어?]

메시지가 전송되고 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마키가 급히 덧붙였다. 배고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공부에 집중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뿌듯해 하면서 주섬주섬 책상에 늘어진 책들을 정리하는데 다시 휴대폰이 부르르 떨었다. 아마도 아라키타의 답일 거라 생각하며 책을 넣고 가방을 닫는데,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야스토모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 마키는 급히 가방을 메고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전화가 끊길세라 종종걸음으로 열람실을 벗어났다.

잠깐만!”

학생증을 찍어 열람실 퇴실 처리를 한 뒤에야 휴대폰을 귀에 가져간 마키가 도서관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아라키타가 마키의 말을 빼앗았다.

너 저녁 안 먹었어?”

아라키타가 물어오는 것의 내용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었지만 어투는 그렇지가 않았다. 보통 때에도 찔레의 가시마냥 뾰족하기 일쑤인 아라키타의 말씨인데,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투에 움찔한 마키가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멈춰 섰다.

, 미안. 그게,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째서 사과를 해야 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면서 아라키타가 화를 낸다는 사실에 지레 놀란 마키가 사과와 변명을 늘어놓았다.

……. 우산은?”

? 우산?”

넌 일기예보 확인도 안 하냐?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

, .”

마키의 대답이 채 상대에게 닿기도 전에 전화는 끊겨버렸고 당황한 마키는 망연한 표정으로 통화가 종료된 휴대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밖에 비오나 보네…….”

열람실 앞을 벗어나 도서관 1층 로비로 올라가자 여기저기 모여 웅성거리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개중에는 이미 비에 푹 젖은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있어 굳이 창밖을 보지 않더라도 얼마나 비가 오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도서관 1층 로비야. 창가 쪽 책상에 있어.]

마키는 아라키타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를 알린 뒤, 책상에 가방을 올려두고 창가에 붙어 섰다. 창문에는 굵은 빗방울이 부딪혀 떨어지고 있었고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이 잔뜩이었다. 소나기였으면 좋겠지만 몰려온 구름의 양과 색을 보아하니 그리 금방 그치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도서관 로비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하지.’를 연발하는 목소리와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지 빠른 속도로 휴대폰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라키타가 아니었으면 자신도 저들과 같은 상황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비가 내리고 있어서 야스토모가 나를 걱정했구나, 하고 기뻐하면서.

어이.”

야스토모!”

이 바보가. 정신을 어따 팔고 다니냐, .”

에헤헤. 고마워.”

아라키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마키의 표정이 반가움으로 가득한 것과 반대로 아라키타의 표정과 말은 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쓰고 온 우산이 아닌 다른 우산을 마키의 손에 쥐어주고는 비어 버린 손으로 마키의 가방을 챙겨드는 아라키타의 행동은 말과 달리 다정함이 가득해서 마키는 배시시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저녁 뭐 먹을래?”

, 야스토모 저녁 안 먹었어?”

왜 아직까지 저녁을 먹지 않았는가에 대해 실랑이를 하며 두 사람은 각자의 우산을 펼쳐 들었다. 결국 함께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러 가기로 결정한 발걸음은 우중충한 날씨와 달리 가벼웠고, 마키의 우산에 작게 그려진 코스모스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가볍게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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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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