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드림 60~당신을 향한 스타티스> / 본 기획은 드림을 위한 기획으로드림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 오늘 (622) 일요일 오후 10~11(22~23)까지! /여섯번째 소주제는옆자리#for_you_Statice

 

 

옆자리, 신카이 하야토 @kaihuayul

 

늘 함께였다.

옆집, 그리고 신혼부부. 집이 가깝다는 걸 핑계로 곧잘 어울리곤 하던 두 부부는 아이도 엇비슷한 시기에 가졌다. 그게 너와 나의 시작이었다. 두 아이도 분명 좋은 친구가 될 거라며 엄마, 아빠들은 기뻐했다. 태교도 함께 했다며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는 엄마는 즐거워 보였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너와 나는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도 전부터 마치 한 뱃속에서 태어난 것 마냥 항상 붙어있었다. 둘 중 한 명이 보이지 않으면 서로 울어대는 통에 얼마나 곤란했는지 아느냐며 엄마는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집안 곳곳 늘어나는 액자에 담긴 사진에도, 하나, 둘 늘어가는 앨범에 담기는 추억에도, 너와 내가 홀로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빽빽 울다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일그러진 웃음을 짓는 사진, 뒤뚱뒤뚱 걷다 넘어진 나를 네가 일으켜주는 사진, 똑같은 옷을 입고 손을 마주잡고 찍은 사진, 초등학교 입학 사진, 운동회와 소풍 사진, 졸업 사진과 다시 입학 사진…….

그렇게 늘,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릿카이대 부속 고등학교로 진학할 거라고 생각했던 네가 하코네 학원에 입학 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낀 건 배신감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듣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상실감.

?’라고 묻지 않았다. 그건 이유를 추궁한다 해서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부질없음 때문이 아니었다. 데칼코마니라고 생각했던 너와 내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 뿐이었다.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맞물린 톱니바퀴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오랫동안 멈춰있던 톱니바퀴는 녹이 슬어 매끄럽게 굴러가지 못했다. 녹을 제거하고 기름칠을 하고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도록 손질을 해 주어야 할 텐데, 톱니바퀴의 존재를 이제야 알아챈 나에게 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로드 레이싱 명문고인 하코네 학원에서 2학년으로는 이례적으로 네가 인터하이 멤버에 선발되었었다는 걸, 그리고 네가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는 걸, 내가 전해들은 건 그 다음해였다.

 

 

로드 레이싱(road racing) : 도로 코스에서 행하는 레이싱. 사이클링에서, 로드 레이싱 참가자들은 가벼운 10-스피드 또는 15-스피드 자전거를 사용한다.

 

로드 레이싱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걸 처음 알고 찾아본 정의는 그러했다. 자전거로 시속 50km 이상을 내기도 한다는 로드 레이싱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자전거로? 믿어지지 않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다고, 찾아본 자료들이 말해주었다.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하야토, 네가 보고 싶어. 네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너는 상냥했다. 내 심술에 곤란한 듯 웃으면서도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데,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동갑일 뿐인데 마치 네가 내 누나 같았다. 그걸 믿었는지 부모님들은 너와 나만 남겨두고 늦게까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너와 내가 중학생이 되자 심지어 남자와 여자인 우리 둘만을 집에 남겨두고 여행을 가버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너는 하야토, 나 혼자 밥 먹기 싫은데 와서 같이 먹어주면 안 돼?’라고 상냥하게 물었다.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가볍게 산책을 하는 정도의 자전거가 아니라 경기를 위한, 로드 레이싱을 위한 자전거였다. 그래서 네게 말할 수 없었다. 로드 레이싱이 위험한 것이어서, 단순히 네가 걱정할까봐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너는 걱정하겠지만 다정한 너는 그 걱정에 내가 신경 쓸 것을 염려해 오히려 웃을 테니까. 혼자 속으로 마음 아파할 너를 뻔히 알면서 또 어리광을 부릴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언제나 함께였던 우리가 달라진 건. 모든 것을 공유하던 우리 사이에서, 네게 비밀을 만들어버린 나는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하코네 학원에 입학하게 될 거라고 네게 알렸던 날, 언제나 해맑게 웃고 있던 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흐릿한 미소. 오랫동안 고정되어있던 너와 나의 관계는 실타래가 엉키듯 꼬여버렸고, 나는 네 앞에서 도망치듯 기숙사 통학을 선택했다. by 청연]

 

 

인터하이 주전 멤버가 되었다. 작년 인터하이 멤버로 선발되었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레귤러 자리를 사퇴했던 내게 다시 돌아온 소중한 기회였다. 후쿠토미가 지켜주고 아라키타와 토도가 기다려주었다. 그것은 꽤 생소한 감각이었다. 미안하고 어색한 마음에 머뭇거리는 나를 아라키타가 거세게 반겼다. 그 익숙한 언행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토도의 가벼워 보이는 웃음은 매우 편안했다. 진지한 후쿠토미의 표정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했다.

내가 있어도 되는 구나. 내가 있을 곳이 여기구나.’

그렇게 네가 떠올랐다. 너도 그러할까. 만약 그렇다면, 그러하다면…….

 

 

 

Posted by D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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