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상실을 알았고 오늘은 당신을 알았으니 내일은 사랑을 알 수 있길
For 나미 언니
오시타리 유시 × 하루노 유카
따뜻한 봄, 꽃피는 봄.
봄은 ‘봄’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행복이 가득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봄이었다. 기쁘고 행복한 봄이었다. 다만 하루노는 그 봄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봄이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마음 한구석이 크게 무너진 뒤였다.
처음이라 서툴러서, 겪어보지 않아서 알지 못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이미 지나가버린 봄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도, 무너져버린 마음을 다시 채울 수 있는 방법도 아직 하루노는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이 닿지 않았구나, 연이 여기까지구나 하고 스러지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달랬다.
처음이었기에 더욱 강렬했고 잊지 못할 것만 같았던 흔적은 시간을 조금 더 필요로 했을 뿐 결국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긴 여름이 지나 가을이, 그보다 더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봄의 기운이 몰려왔다.
효테이 졸업생 중 오시타리 유시를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비단 오시타리뿐 아니라 아토베가 테니스부를 이끌던 그 시절의 멤버를 기억하는 동문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테니스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하루노조차도 그 이름을 알 수밖에 없는 사람이 오시타리였다. 그런데 그런 오시타리가 왜 여기 있는 걸까.
“하루노 맞제? 오랜만이래이.”
“응, 오랜만이네….”
“아사미는 잠깐 외출했구마. 금방 온다켔다.”
“아, 응.”
“차는 따뜻한 게 좋제? 날씨 억수 춥데이.”
하루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공방 한쪽으로 들어간 오시타리가 물을 끓이며 다과를 준비했다.
“밀크티 괘얀체?”
“응, 좋아해.”
“…다행이구마. 밀크티랑 얼그레이 쿠키래이.”
“고마워.”
어쩐 일인지 모두 하루노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평소 아사미의 공방에 홍차나 쿠키가 있었던가? 의아함과 어색함에 불편했던 공기는 밀크티의 달달하고 은은한 향에 조금씩 녹아들었다.
“맛있다.”
자연스럽게 나온 하루노의 반응에 오시타리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쿠키도 맛있어. 오시타리가 가져온 거야?”
“마아, 그렇제.”
“나오 쨩이 좋아하겠다. 아, 그런데 공방엔 어쩐 일이야?”
아사미가 공방을 오픈할 때부터 손님으로, 또는 아사미를 돕기 위해 종종 공방을 드나들고는 했던 하루노지만 지금까지 이곳에서 오시타리를 마주쳤던 적도, 아사미에게서 오시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기에 오늘의 만남은 매우 뜻밖이었다. 그리고 그건 오시타리에게도 마찬가지일 터다.
“한 번쯤은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제…. 궁금하기도 했고.”
“향수 조제 과정이 재미있기는 하지.”
“게다가 맞춤 제작이라케도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느낌을 살려낼 줄은 몰랐다 아이가.”
아사미의 공방은 보편적인 향수도 판매하지만 개인 맞춤 제작으로 더 유명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작되는 향수는 모두 다른 향을 지니고 있어 더 매력적이었다.
“그럼 계속 제작하던 향수가 있는 거지? 음, 나오 쨩이 좀 늦는 모양인데…, 괜찮으면 내가 찾아봐도 될까?”
“그래주면 고맙제. 春の有香.”
“응…?”
“봄의 향기, 래이. 향수 이름.”
“아, 으응. 자, 잠깐만 기다리면 금방 레시피 찾아올게!”
당황한 하루노가 허둥대자 오시타리가 친절하게 덧붙였다.
“참고로 지금 그거 착각 아니니께… 천천히 해도 된데이.”
새로운 봄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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